3년간 전 세계를 옭아맸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움츠러들었던 의료관광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계 각국과 의료계는 3년 뒤 2배로 성장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의료관광 10대 강국이 되려면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을 기반으로 외국인의 비대면 진료를 전격 허용하고 의료관광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보건산업 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입국제한, 자가격리,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 걸어 잠갔던 국경의 빗장을 풀고 있다.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 완화에는 테워드로시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9월 밝힌 ‘팬데믹의 끝이 보인다’는 의견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국가 간 이동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팬데믹으로 침체기에 빠졌던 글로벌 의료관광 산업도 회복기를 거쳐 팽창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 업체인 컨설턴시미닷컴에 따르면 2019년 1050억 달러(약 141조 원)였던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2020년 코로나19의 충격으로 710억 달러(약 93조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후 차츰 회복돼 올해 970억 달러(약 130조 원)에 이른 시장은 의료계가 다시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각국이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2025년 1820억 달러(약 244조 원)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태국은 내년부터 최장 1년 체류가 가능한 의료 복수비자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 10위권 밖에 있는 우리나라 의료관광이 10위권 내로 진입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 및 선진국 대비 저렴한 비용 경쟁력 유지·강화는 기본이고 비대면 진료 허용, 의료관광 비자 발급 요건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헬스케어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의료관광지수 순위는 2020년 기준 14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이행신 국제의료전략단장은 “내년 이후에는 백신 접종 증가, 간소화된 입국 정책에 힘입어 여러 국가의 의료관광 산업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외국인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 의료관광 비자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