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업체 밝힌다더니… 한달 넘게 손놓고 있는 김주현

“유권해석·법 개정도 논의” 무색
법인명의 공개는 차일피일 미뤄
‘'국내社-외국계 역차별’ 지적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무차입 공매도(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증권사의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지 한달이 훌쩍 넘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달 9일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불법 공매도 혐의가 인정돼 과태료를 부과받은 법인명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국내 증권사 1곳과 외국계 증권사 2곳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상장 주식 4종목을 미보유 상태에서 매도해 이번에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서울경제는 금융 당국 담당자에게 수차례 법인명을 문의했지만 “현행 법과 법령 해석 상 밝힐 수 없다”며 “(공매도 실명제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당국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과징금 및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작년 4월 6일) 이전 사건들이라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은 공매도 실명제 관련 내부 검토를 거의 마쳤다고 답했다. 그는 "계속 감추고 있으면 불신이 더 커진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필요하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법인명 공개를 적극 논의하겠다”고 강조해 가까운 시일 내 공매도 실명제를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아직까지 금융실명법으로 인해 명단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실명법 4조 4항에 따르면 거래정보 등을 알게 된 자는 해당 내용을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그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누구든지 거래정보 등을 알게 된 자에게 그 거래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해서도 안된다고 명시됐다. 금융 당국은 현재 ‘거래정보 등’의 문구에 공매도 위반자에 대한 정보도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금융위는 법령에 대한 유권 해석을 통해 불법 공매도 법인명을 서둘러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달 넘게 “검토 중이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금융위에 불법 공매도 정보 비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불법 공매도 피해 현황은 영업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공개돼도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다”며 “금융위는 서둘러 법인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공매도 법인명 비공개는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간 역차별을 낳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사는 공매도 위반에 따른 당국 조치를 받으면 자본시장법 제149 조에 의해 처벌 사실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는 해당 의무가 없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까지 적발된 불법 공매도 건수는 총 127건으로 국내 증권사는 8건에 불과하지만 외국계는 119건(94%)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금융위가 외국계 증권사 눈치를 봐 불법 공매도 법인명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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