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완화에 UAE서도 환자 몰려…'꿈의 암 치료기' 도입 정면승부

[의료관광 240조 시대]
■ 新한류 준비하는 의료계
성형외과 비중 줄고 내과 증가 등
코로나로 의료관광시장 판도 변화
UAE는 대표단 방한해 협력 논의
연세암병원 내년부터 중입자 치료
서울아산, 해외 비대면 진료 등
상급병원 외국인 환자 유치 분주




#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하산(53·가명) 씨는 최근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등이 50도 이상 휘어 척추측만증을 진단 받은 열세 살 아들의 수술을 위해서다. 아부다비에 살고 있는 그와 가족들이 비행시간만 10시간 넘는 거리에 있는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UAE에서는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 보니 많은 이가 독일 등 유럽 국가로 원정 치료를 떠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넘게 발길을 끊었던 외국인 환자들이 다시 국내 의료기관을 찾고 있다. 2019년 50만 명에 육박했던 외국인 환자가 팬데믹 직후인 2020년 11만 7000명으로 고꾸라졌지만 입국 제한 조치 완화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거의 없다시피 했던 외국인 환자의 수술 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UAE 아부다비보건청 환자송출국 대표단은 11월 7~10일 방한해 보건의료 협력 안건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관광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기관 유형별 외국인 환자 유치 현황을 살펴보면 상급 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외국인 환자 유치 비중이 되레 늘었다. 상급 종합병원의 경우 비율이 2019년 19.6%(9만 7471명)에서 2021년 25.6%(3만 7306명)로 증가하며 전체 외국인 환자의 4분의 1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종합병원 역시 2019년 21.5%(10만 6919명)에서 2021년 32.8%(4만 7897명)로 비중이 늘었다.


이는 피부과·성형외과 등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선호하는 의원급 중심의 의료관광 수요가 암, 심장 질환, 희귀 질환 등 중증도가 높은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결과로 분석된다. 진료 과목별 외국인 환자 유치 현황을 살펴봐도 전체 진료과 중 내과 비중이 2019년 19.2%(11만 3442명)에서 2021년 26.4%(4만 7930명)로 급증한 데 비해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2019년 이후 증가세가 주춤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병원들은 의료관광 분야의 블루오션인 UAE 등 중동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 2011년 아부다비보건청과 첫 환자 송출 협력을 개시한 후 UAE 군사령부(2013년), 샤르자보건청(2014년), 두바이보건청(2017년)과 환자 송출 협약이 체결되면서 치료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UAE 환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입국 제한 조치로 크게 줄었던 의료관광객의 입국이 다시 활발해지자 병원들도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는 올해 1월 UAE 아부다비보건청과 맺은 계약을 발판으로 카타르 등 다른 중동 국가 환자 유치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중입자가속기. 사진 제공=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은 내년 3월부터 ‘꿈의 암 치료 기술’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를 본격 가동하면 해외 환자 유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에 불과한 데다 유일하게 회전형(갠트리) 치료실 2곳을 보유한 점이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서울대병원과 제주대병원도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각각 부산시 기장군과 제주도 내 중입자 가속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는 해외 환자 비대면 진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9~11월 진흥원의 ‘ICT 기반 사전 상담 및 사후 관리 지원 시범 사업’을 통해 몽골 환자 102명에게 원격 진료 상담을 진행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상반기 중동·베트남·러시아·호주·케냐 등에서 진행한 해외 원격 진료는 130건에 달한다.



전인호 서울아산병원 국제사업부실장(정형외과 교수·왼쪽 두 번째)이 화상 진료 플랫폼을 이용해 몽골 현지 환자와 의료진에게 원격 협진 형태로 진료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해외 원격 진료는 화상 상담 플랫폼을 이용해 현지 의료진과 원격으로 협진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현지에서 정확한 진단이 어렵거나 이식·수술이 필요한 경우 더 좋은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가 많다 보니 간암, 간경화, 뇌종양, 췌장암, 폐 질환 등 중증 질환 비율도 높다. 병원 측은 올해 3월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계 각국의 병원에서 오는 메디컬리포트를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새롭게 선보였다. 접근성 제고를 위해 원격 진료실 오픈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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