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가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국정조사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개문발차’ 절차에 들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의원총회 직후 “국정조사가 필요하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수사 결과를 봐서 부족하거나 미흡하면 해야 한다”며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정기국회 막바지에 예산안과 여러 가지가 심의 중인데 국정조사를 하면 진실 발견에도 도움이 안 되고 정쟁을 만든다(는 게 의총 결과)”고 밝혔다. 사실상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대외적으로는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중이고 참사의 정쟁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당정 지지율이 반등 요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고위층을 겨냥한 국정조사가 자칫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대신 자체적으로 꾸린 ‘이태원 사고 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를 통해 진상 규명 및 후속 대책에 대한 이슈 주도권을 확보할 방침이다.
반면 야3당은 국민의힘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야당 단독 국정조사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과거 1999년 IMF 사태 관련 국정조사(경제청문회)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만 참여한 채 진행된 전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안 된다’고 해서 뭘 안 한 적은 없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정조사의 칼 끝이 대통령실을 향하고 있다는 점도 숨기지 않고 있다. 계획서에는 국정조사 대상 기관으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등 대통령실을 명시했다.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 및 책임 소재 규명뿐 아니라 참사 발생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고 은폐·축소·왜곡 등 책임 회피 의혹 등도 조사 범위에 포함했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부각할수록 여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이슈를 연계하는 부분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을 불러 합의에 의한 국정조사 실시를 거듭 요청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가 “예산안 처리 이후에는 협의에 의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국정조사 참여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냥 시간을 끌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진정성을 수용해 저희도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김 의장은 당초 이날로 제시했던 특위 명단 제출 기한을 22일로 하루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