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변동기에 진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소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이 불확실한 베이비붐(BB)이전 세대가 허리띠를 졸라맬 뿐만 아니라 외식비·오락비 등 선택 소비재 지출 비중이 큰 MZ 세대도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등으로 부채가 많고 자산 기반이 취약한 MZ 세대의 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21일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비행태 변화 분석: 세대별 소비행태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경기 수축기에 나타난 가계소비의 경기 동행성은 주로 MZ, BB이전 세대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통상 소비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률의 진폭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수축기에 가계소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큰 폭으로 위축되는 경기 동행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유사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세대별로 소비 변화가 나타난다고 가정했다. 따라서 BB이전 세대(1941~1954년생), BB 세대(1955~1964년생), X 세대(1965~1979년생), MZ 세대(1980~1995년생)로 나눠 가계소비를 분석했다.
먼저 MZ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여가·취미활동 등 선택재 소비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특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경기가 수축될 경우 소비의 소득 탄력성이 큰 선택 소비가 소비 주력 세대인 MZ 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B이전 세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은 금융자산 축적과 은퇴로 인한 소득 불확실성 증가로 선택 소비를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현상은 점차 고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비가 원활한 경기완충기능을 하려면 MZ 세대와 BB이전 세대의 소비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소득, 자산, 사회안전망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최 연구위원은 “MZ 세대가 선택재 소비까지 줄인다면 그만큼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라며 “MZ 세대가 너무 많은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도록 건전한 소득, 자산 형성을 위해 적절한 금융 문해력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