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진 죄"…'국민세' 된 종부세, 서울 4명중 1명 낸다

[122만명에 4.1조 종부세 고지서]
'실거래가 위 공시가' 역전현상 속
상위 1%커녕…집주인 8% 稅부담
1주택 납세 대상자는 6.4배나 껑충
野 반대한 '기본공제 통과' 됐다면
대상자 10만명·세액 900억 감소
평균 납세액은 140만원 줄었지만
"국민세 변질, 다주택 중과 등 손봐야"






주택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22만 명(토지까지 합치면 총 131만 명)에게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서울만 떼어내 보면 58만 4000명이 종부세 납부 대상에 올랐는데, 이는 서울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260만 2000명) 4명 중 1명 꼴로 종부세 대상이라는 얘기다.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집주인의 8%가 종부세 고지서를 받는다. 도입 당시 상위 1%를 겨냥했던 종부세가 ‘대중세’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최근 들어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웃도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터라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대목은 종부세 대상자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만 하더라도 납세 인원은 33만 2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5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30%이상 늘었다. 고지 세액은 4조 1000억 원에 달한다.


1주택자의 부담이 전체 납세자에 비해 더 가파르게 늘어난 점도 문제다. 올해 종부세 과세 대상 1주택자는 23만 명으로 2017년(3만 6000명)보다 6.4배 증가했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세액은 2498억 원까지 불어났다. 5년 전과 견줘보면 무려 16.5배 늘어난 규모다. ‘부유세’ 성격의 종부세가 다주택자뿐 아니라 실거주자에게마저 과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평가다. 다주택자 고지 인원은 50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9만 9000명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부자가 내는 세금이 아닌 일반 국민이나 중산층이 내는 세금이 됐다”면서 “종부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가중돼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역대급’ 고지서가 날아든 것은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보유세 부담을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 과세표준을 설정하는 공시가격을 대폭 올린 정책이 대표적이다.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7.2%로 집계됐다.


세 부담을 덜어줄 법안이 국회에서 줄줄이 무산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앞서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별공제 3억 원을 포함해 14억 원을 기본공제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야당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법안이 통과됐다면 종부세 과세 인원은 약 10만 명, 세액은 900억 원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실제 서울경제가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1단지 전용 84㎡의 지난해 공시가격은 12억 6200만 원인데, 법안이 통과됐다면 올해 부과되는 종부세는 0원이다. 하지만 법안이 무산되면서 올해 종부세는 49만 3516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급한 불을 끄겠다며 정부가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동원한 덕분에 개별 부담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일 수 있었다. 올해 1인당 평균 납세 금액은 336만 3000원으로 지난해 473만 3000원보다 140만 원가량 줄었다. 1세대 1주택자의 평균 세액은 109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44만 3000원 감소했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종부세 과세표준 계산 시 적용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원래 예정된 100%에서 법정 하한인 60%까지 낮추고, 일시적 2주택자나 상속 주택 등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적용한 덕분이다. 다만 세 부담이 급증하기 전인 2020년 1인당 평균 세액이 219만 3000원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개인 부담은 예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현행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에는 과세표준에서 빼주는 기본 공제액을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이는 안이 포함돼 있다. 다주택자 중과 세율(1.2∼6.0%)을 폐지하는 안도 담겼다. 정부 개정안대로라면 내년 과세 인원은 올해 절반 수준인 66만 6000명으로, 고지 세액은 1조 4000억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중과 제도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시장 안정을 위해서 당시 민주당이 고육지책으로 도입한 것”이라며 “공시가격 상향 조정, 세율 인상 등으로 종부세 부담이 가뜩이나 과중한 상황인 데다 최근 집값도 하락하는데 중과 체계를 가져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소한 2020년 수준으로 부동산 관련 국민 세금 부담을 정상화할 것”이라며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동원해 국민이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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