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될 때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치과 개원 의사로 멀쩡히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느니 주변의 반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비대면 진료 시대를 대비해 경험을 쌓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결국 업계에서 가장 먼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선보였고 2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데이터와 노하우를 확보했습니다. 이제는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면 다가올 미래 의료 서비스를 머릿속에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수환 엠디스퀘어 대표는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을 처음 접했던 시기를 생생하게 떠올렸다. 2019년 10월 모바일로 건강을 상담하는 비대면 의료 플랫폼 ‘엠디톡(MDtalk)’을 선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비대면 진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순간이었다. 오 대표는 “201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알파·베타 버전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와 의료진을 연결해본 경험 덕분에 업계에서 가장 빨리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었다”며 “처음 10명 내외의 의사에서 시작한 엠디톡은 이제 전국 550개 병원이 참여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2016년 엠디스퀘어를 창업했다. 그는 1998년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다시 연세대 치의학과에 입학해 같은 학교 치의학대학원을 2008년에 졸업했다. 이후 치과를 개원하고 환자를 진료하며 치과 의사의 삶을 살았다. 그랬던 그가 비대면 진료 창업에 뛰어든 계기는 뭘까. 오 대표는 “대학에서 정보기술(IT) 분야를 공부했기 때문에 치과를 운영하면서도 의료 분야에 IT를 접목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컸다”며 “의료와 IT를 접목한 분야는 사실상 현실에는 거의 없어 결국 창업을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비대면 의료를 창업 분야로 결정한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여행이었다. 오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미국을 여행하던 중 간단한 진료와 처방이 필요해 병원에 가려 했는데 당일 진료는 되지 않고 대부분 약국이나 마트에서 필요한 약을 구입해 치료하는 문화였다”며 “단순한 증상에 대해 어떤 종류의 약을 사 먹으면 좋을지 의사에게 간단한 조언만 받을 수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였다”고 말했다. 엠디톡이 오픈 초기에 해외 주재원이나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의사들이 간단하게 상담·자문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치과를 운영하면서는 의사 입장에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도 느꼈다. 예약 진료에 대한 ‘노쇼’와 지인들의 진료 상담이 대표적이다. 오 대표는 “병원 예약에도 부도가 꽤나 발생하는데 이를 IT로 곧바로 해결하고 간단한 의료 상담을 묻고 답할 수 있는 개선된 의료 전달 체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수요를 파악하고 엠디스퀘어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는 일상 가까이 자리 잡았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현재까지 3000만 건을 돌파했다. 올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 의식 조사 결과 ‘향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56.7%에 달할 만큼 여론도 우호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 상황이 끝나가면서 비대면 진료 수요도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오 대표는 이에 대해 “비대면 진료는 기존 의료 체계와 규제 사이에서 제도가 없는 영역을 새롭게 구축해나가야 하는 매우 어려운 사업 영역”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현재 비공식적으로 30개 이상의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이 난립했지만 다른 플랫폼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상위 몇 개 서비스만 살아남을 것이고, 대기업이 뛰어들기는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만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폭증하는 비대면 진료 수요에 맞춰 달리는 기차를 수리하며 운행하듯 고난도 혁신을 거듭한 노하우에 자신감을 표한 것이다.
오 대표는 현역 의사인 만큼 과도한 상업적 접근은 경계하고 환자와 의사의 만남을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초심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광고, 마약성 의약품 배송 등 속속 부작용이 등장하는 데 대한 강한 경계심으로 보였다. 오 대표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수익적인 접근보다 현재 대면 진료의 의료 전달 체계 공백을 메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처방용 진료는 물론 심리 상담 등 다양한 의학적 수요가 비대면 진료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에 성급한 유료화보다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오 대표는 평소에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오히려 의료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성 기능 개선제나 마약성 진통제 등을 병원 처방 없이 음성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이런 경우에 의료진과의 접점을 확대하면 사회적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상업화는 지양하지만 어둠의 경로로 의료 전달 체계가 옮겨가는 것을 비대면 진료가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의료 전달 체계의 ‘공백’을 메워야 할 분야로 건강관리 영역을 꼽았다. 엔데믹 전환에 맞춰 건강관리 플랫폼 ‘엠디케어(MDcare)’를 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 대표는 “국내 만성질환 환자만 2000만 명으로 파악되는데 인구 고령화에 따라 건강관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만성질환을 관리받을 수 있다면 환자의 편의는 물론 건강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엠디케어는 이를 위해 전문적인 전담 건강 코디를 매치해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된 코디가 상담과 건강관리를 안내하고 환자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의료 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또 적절한 때에 맞춰 비대면 진료 후 약도 배송해준다. 엠디케어는 체중계·체온계·혈당계·혈압계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웨어러블 의료·건강 기기와 연동해 이용자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한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올 9월부터 국내에서 실증 사업을 시작해 향후 글로벌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기업간거래(B2B),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모두를 대상으로 구독 형태로 구성됐다. 오 대표는 “이용자와 좋은 의료진을 많이 모아 양질의 의료 경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선순환을 경험을 통해 입증했다”며 “새로운 영역이라 민관이 함께 규제를 개척해야 하지만 준비된 서비스 노하우로 비대면 진료에 기반한 헬스케어 분야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e is…△1973년 서울 △1998년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2000년 연세대 치의학과 졸업 △2008년 연세대 치의학대학원 졸업 △치과교정과 전문의 △2016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엠디스퀘어 창업 △2019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엠디톡’ 정식 출시 △2020년 국내 비대면 진료 서비스 론칭 △2021년~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 △2022년 프리미엄 헬스케어 서비스 ‘엠디케어’ 론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