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멀티주(GBP510·사진)’ 생산이 잠정 중단됐다. 팬데믹 상황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확진자 수가 줄어든 데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아 기존 오리지널 바이러스 대응 백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프리카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수출에 나서려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유럽의약품청(EMA) 등이 엔데믹 상황을 맞아 문턱을 높이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부의 1000만 도스 선구매 결정에 따라 초도 물량 60만 도스를 출하한 뒤 정부의 추가 주문이 없자 최근 GBP510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리지널 바이러스 대응 백신에 대한 수요가 급감해 완제품 생산을 중단했다”면서 “다만 해외 승인에 대비해 원료 생산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GBP510은 오리지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개발돼 현재 전 세계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오미크론 계열에는 효과가 떨어진다. 국내 보건 당국도 다음 달 16일부터 오리지널 바이러스 대응용으로 개발된 모더나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중인 화이자·모더나 백신 등은 모두 오미크론 BA1 변이를 활용해 개발된 개량백신들이다. 9월에 접종이 시작됐지만 이달 20일까지 GBP510 접종자는 초도 물량에도 크게 못 미치는 3665명에 불과하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GBP510 초도 물량 접종이 워낙 더뎌 추가 물량 요청을 보류하고 있다”며 “개량백신을 개발하면 기존 약정 물량을 개량백신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언제 개발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타깃으로 삼았던 아프리카·중남미 등 저소득 국가 수출은 시작도 못했다. 국제기구의 승인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올 7월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MHRA)과 EMA에 조건부 허가를, 9월에 WHO에 긴급사용목록 등재를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이 이미 다수 개발돼 있고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의약품 허가 기관들이 승인 문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도 지난해 7월 WHO에 긴급사용목록 등재를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