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대만 등의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속도가 빠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2018~2020년 5%를 차지했던 점유율을 2021년에 7%로 끌어올렸다.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의 자국 생산 비율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로 업계를 집중 지원한 결과다. 반면 2018년 24%였던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9%로 내려앉았다. 특히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2030년 중국이 23%의 점유율로 한국(19%)을 제치고 세계 2위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일찌감치 올해 8월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반도체칩과 과학법’ 시행에 돌입했다. 미국을 ‘반도체 산업의 메카’로 되돌려놓으려는 전략이다. 이에 더해 반도체 설계 분야의 추가 세액공제, 전문 인력 수급을 위한 이민 지원 정책을 주문하는 업계의 요청에 부응해 별도의 지원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 퇴조의 원인은 무엇보다 정부의 반도체 지원 부족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에 대한 파격 지원을 앞세워 반도체 패권을 세계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대만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에 세액 25%를 공제해주는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우리는 미국·대만의 25%보다 낮은 ‘세액공제 비율 20%(대기업 기준)’의 반도체특별법을 지원 법안이라고 국회에 올려놓고 넉 달째 처리를 미루고 있다. 미국·중국·대만보다 뒤처진 지원을 하면서 처리마저 기약 없이 늦춘다면 ‘반도체 초격차’의 꿈은 연목구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