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부국제 3관왕 '그 겨울, 나는', 청춘들의 애처로운 겨울나기(종합)

배우 권소현, 권다함과 오성호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그 겨울, 나는'(감독 오성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사건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공무원 시험부터 중소기업, 배달, 공장일까지 청춘이라면 누구나 겪고 들었을 법한 에피소드다. 겨울을 나는 청년들의 위태롭고 아득한 이야기, 영화 ‘그 겨울, 나는’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나섰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그 겨울, 나는’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배우 권다함, 권소현과 오성호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겨울, 나는’은 미친 듯이 공부하고 열심히 사랑 중인 가난한 공시생과 취준생 커플의 애틋한 겨울나기를 통해 청춘들의 고민을 사려 깊게 응시한 작품이다.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휩쓸며 신예 오성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주목받았다.



오성호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그 겨울, 나는'(감독 오성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작품은 실제 생업으로 9년간 막노동을 해온 오 감독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오 감독은 “3년 전 겨울, 드릴로 벽을 깨는 작업을 하다가 기계 반동으로 어금니가 깨졌다. 안 그래도 돈이 없는데 큰돈 쓸 거 생각하니 속상하고 분했다”며 “툴툴대며 집에 가는데 그전에는 눈에 안 띄던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슬프게 들렸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이야기 같아서 그 순간 돈 없는 청년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편적인 감정과 경험을 다룬 영화"라며 “과거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분, 뜨거운 사랑을 했던 분들이라면 옛 생각이 날 것”이라고 추천했다.


청년들의 위태로운 겨울나기를 그린 작품인 만큼 시나리오의 첫인상은 차갑고 현실적이었다. 권다함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사실의 나열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오 감독 전작과 이 시나리오를 대조하며 정말 지독하게 현실적인 영화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소현은 “시나리오 일부분을 오디션 대본으로 봤었는데 대사가 일상적이고 나도 해봤던 말이어서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전체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슬프고 아픈 것이 청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배우 권다함이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그 겨울, 나는'(감독 오성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권다함은 경찰 공무원 준비생 경학 역을 맡았다. 권다함은 “경학은 현실에 치이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경시 준비를 하다 빚을 떠안게 되면서 점점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기 연민에 빠진 느낌을 최대한 없애고 싶었고, 적극적으로 세상에 맞서고 버티려 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모나고 어수룩한 면도 있지만 비호감이지 않은,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만들려 했다”고 짚었다.


경학은 배달 라이더, 공장 노동자 등 여러 일을 한다. 권다함은 “경학이라는 인물이 고초를 겪는 인물인데, 우리가 흔히 곁에서 보는 청년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뭘 더 실행해 보고 생각해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 직업군을 위해 더 준비할 것이 없다는 게 다행이면서도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권다함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소감에 대해서는 “생각도 전혀 안 했었다. 영화제 간 것만 해도 행복했는데, 영화계 관계자에게 수상 전화를 받았을 때 눈물이 터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좋은 기억도 많지만 안 좋은 기억이나 감정도 쌓였는데 상을 받으니까 누군가 머릿속에 들어와서 이를 해소해 주는 느낌이었다. 작품 덕에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권소현이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그 겨울, 나는'(감독 오성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아이돌 그룹 포미닛 활동 종료 이후 배우로서 제2의 전환점을 맞이한 권소현은 취업 준비생 헤진의 현실적이고 입체감 있는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혜진은 그 상황에 맞춰서 생각할 줄 아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혜진이도 나름대로 흔들리지만, 영화 안에서 경학이의 변화들에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친구를 통제하려는 현실적이고 입체감 있는 인물의 감정에 공감이 갔다고. 그는 “ 나와 혜진은 비슷한 점이 많다”며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 마음이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하지만 상대방은 통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 감독은 “배우를 통해 여러 감정이 전달된다. 다른 것이 설사 부족하더라도 배우들의 연기로 뚫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권다함, 권소현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다. 신인 배우들 중에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이어 “오디션 단계부터 잘했기 때문에 배우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분위기 만들어주고, 의견을 경청했다”며 “혜진을 캐스팅할 당시 성숙하고 지혜로워 보이는 느낌의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는데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다. 권다함도 굿 캐스팅이었다”고 만족해했다.



배우 권소현, 권다함이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그 겨울, 나는'(감독 오성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배우들은 입을 모아 고군분투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권다함은 “세상의 경학이에 나도 포함돼있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상처도 많이 받고 아픔도 겪다 보면 사람이 무뎌지기도 하고 덜 아프기 위해 무감각해지는 방법을 배운다”며 “그러다 보면 조금씩 순수함을 잃는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경학이들이 순수함을 잃을 정도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권소현도 “세상의 혜진이들에게 넌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과거의 나를 떠올렸을 때 ‘아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때의 나는 최선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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