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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사상 최초로 6회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섰다. 5%대 고물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금리 인상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자금시장 경색에 원·달러 환율 급락, 미 연준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으로 지난달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금리 인상 폭 조절에 나섰다.
한은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인상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이후 10년 4개월 만에 3.25%로 올라서게 됐다. 2012년을 제외하면 2008년 12월(4.00%)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금통위는 4월, 5월, 7월(빅스텝). 8월, 10월(빅스텝)에 이어 이달까지 6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그러면서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낮췄다. 성장률을 크게 낮춘 만큼 향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7%에서 3.6%로 0.1%포인트 낮췄고, 올해 물가 전망도 5.2%에서 5.1%로 0.1%포인트 내렸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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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이자 부담 급증
금통위는 정책 우선 순위인 물가 안정을 위해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그만큼 가계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연간 가계 이자 부담이 3조 3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는데 1인당으로 나누면 연 16만 6000원 수준이다. 기준금리를 1년 3개월 동안 0.50%에서 3.25%로 2.75%포인트 올린 만큼 단순 계산하면 그동안 늘어난 연간 이자 부담은 182만 6000원에 이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내년 말까지 민간의 이자 부담이 33조 6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대출 이자 부담액은 올해 9월 33조 7000억 원에서 내년 12월 49조 9000억 원으로 16조 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액이 5조 원에서 9조 7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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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 등으로 빅스텝 부담 덜어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에도 금통위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 6.3%로 정점을 지났으나 8월 5.7%, 9월 5.6%, 10월 5.7% 등 5%대 후반의 높은 수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대인플레이션도 4.2~4.3% 수준을 4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 고착화를 막으려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 연준 정책금리(3.75~4.00%)와의 격차도 1%포인트로 벌어진 상태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격차가 0.75%포인트로 좁혀졌지만 미 연준이 12월 빅스텝에 나서면 다시 1.25%포인트로 벌어진다.
다만 역대 세 번째 빅스텝을 하기엔 최근 경기 상황이나 자금시장 경색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은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낮췄다. 잠재성장률 2.0%에도 못 미치는 성장을 예상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전망한 1.8% 수준보다 낮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나타난 자금시장 경색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아래로 급락한 것이나 미 연준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금리 인상 폭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었다. 이날 공개된 미 연준의 11월 FOMC 의사록은 “상당한 다수의 참석자들이 곧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