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키워드광고'가 기업들의 중요한 마케팅전략으로 떠올랐습니다. 키워드광고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 페이지에 관련업체의 광고가 노출되도록 하는 광고기법입니다. 특정 제품이나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만 광고가 노출되는 만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배너광고보다 클릭을 유도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죠. 키워드에 성과가 천차만별이라 소위 잘 팔리는 키워드를 선정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제약업계에서 핫한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저는 제일 먼저 '탈모'가 떠오르네요. 탈모인구 1000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료제는 물론 탈모 해결에 효과적이라는 샴푸,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죠. 오죽하면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면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탈모의 유형은 다양한데요, 가장 흔한 형태는 헤어라인이 M자 모양을 띄면서 앞이마 선이 넓어지는 남성형 탈모입니다. 남성형 탈모의 주범은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의 대사산물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dihydrotestosterone)이라고 알려져 있죠. 탈모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와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는 바로 이 DHA 생성에 관여하는 5α-환원효소를 차단해 탈모 진행을 막는 약물입니다. 프로페시아는 5α-환원효소 중 2형만, 아보다트는 1·2형을 모두 억제한다는 게 차이죠. 두 약의 마케팅 전략도 여기서 갈립니다. 1997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프로페시아는 탈모와 연관성이 가장 높은 2형만 선택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내세우는 반면, FDA 허가를 받지 못한 아보다트는 2가지 효소를 동시에 억제해 효과가 더욱 강력하다고 어필하죠. 실제 혈중 DHT 차단율은 아보다트가 90%로 프로페시아(70%)보다 높습니다. 올해 초 미국의사협회 피부과학회지(JAMA Dermatology)에는 △프로페시아 △아보다트 △먹는 미녹시딜 △바르는 미녹시딜 4가지를 비교했을 때 아보다트 복용군에서 전체 모발 증가량이 가장 높았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죠,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닌 메타분석 결과인 만큼 100% 신뢰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두 약 모두 특허가 만료되어 이미 국내 시장에는 수많은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탈모약 복용을 주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일텐데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기전상 성욕감퇴·발기부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 공인된 사실입니다. 최신 논문에서도 5α-환원효소차단제 복용군에서 위약군보다 발기부전이 2배가량 많이 발생했다고 보고됐는데요, 실제 발생빈도는 2% 내외로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약물 복용 초기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복용을 지속하다 보면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복용을 중단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하니 전문의와 상의해서 개인에 맞는 약을 선택하시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현재로선 어떤 고가의 시술이나 보조제보다 약물이 가장 탈모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코너는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지는 의약품 정보를 들려드립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부터 신약과 동등한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의약품이 등장합니다.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따지게 되는 요즘,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