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자 우루과이는 우리에게 한 수 위의 팀이 아니었다. 비록 기대했던 최상의 시나리오인 승점 3은 아니었지만 귀중한 승점 1을 갖고 16강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의 한국 축구 대표팀은 24일(이하 한국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랭킹 14위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 대 0으로 비겼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에서 우리에게 1 대 2 패배를 안겼던 우루과이에 설욕에는 실패했지만 패배하지 않은 채 2차전을 맞게 됐다. 가나와의 2차전은 28일 오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얼굴을 다친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수술 뒤 불과 20일 만에 경기에 나섰는데도 후반 추가 시간 7분까지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쓴 ‘캡틴 조로’ 손흥민은 최전방은 물론 측면, 미드필드, 때로는 수비 진영 최후방까지 부지런히 누볐다. 후반 11분 중원에서 볼을 받으러 나가다가 거칠게 넘어져 잠시 벤치와 팬들의 걱정을 낳기도 했다. 마르틴 카세레스(LA 갤럭시)가 뒤에서 발을 뻗어 손흥민의 오른발을 밟으면서 축구화가 벗겨지기도 했다. 손흥민은 그러나 얼마 뒤 벌떡 일어나 다시 팀을 정비했고 카세레스는 옐로 카드를 받았다. 후반 막판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빗나간 장면이 가장 아쉬웠다. A매치 106경기째에 나선 손흥민의 첫 번째 슈팅이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터라 몇몇 장면에서 다소 감각이 둔해 보였으나 실전 적응을 마친 만큼 2차전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골대도 우리 편이었다. 우루과이는 전반 막판 결정적 득점 기회를 잡았다. A매치 160경기째에 나선 백전노장 수비수 디에고 고딘(벨레스)이 코너킥 때 높은 타점에서 머리에 공을 맞혔다. 골키퍼 김승규(알샤밥)가 손쓸 수 없는 방향이었으나 다행히도 공은 왼쪽 골 포스트 안쪽을 맞고 튀어나왔다. 후반 정규 시간 막판에는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의 중거리 슈팅이 다시 골대 맞고 나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4년여 지도 아래 한국은 촘촘한 수비 그물을 쳤다. 이탈리아 세리에A 간판 수비수로 성장한 김민재(나폴리)가 든든하게 최후방을 지킨 가운데 왼쪽의 김진수(전북), 오른쪽의 김문환(전북),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 등이 절묘한 호흡으로 우루과이 공격을 무력화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공격수 다르윈 누녜스와 베테랑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 등을 내세운 우루과이의 공격진은 이렇다 할 날카로운 슈팅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발베르데와 로드리고 벤탕쿠르(토트넘)로 대표되는 강력한 미드필드진도 우리의 전방 압박에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우루과이는 주로 후방에서 볼을 돌리다가 롱 패스로 확률 낮은 공격을 시도하는 단조로운 패턴에 의존해야 했다.
벤투호의 또 다른 희망은 ‘깜짝 카드’ 이강인(마요르카)이었다. 9월 A매치 기간에 이강인을 대표팀에 소집하고도 2경기에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아 논란을 낳았던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에 이강인을 깜짝 발탁한 데 이어 1차전부터 기회를 줬다. 후반 29분에 나상호(FC서울) 대신 투입된 이강인은 안정된 볼 키핑과 드리블, 과감한 전방 패스로 다소 답답하던 경기 흐름을 바꿔 놓았다. 막판 손흥민의 첫 슈팅도 이강인이 만든 기회 덕에 나온 것이었다.
한국은 2018 러시아 대회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 2 대 0 승리에 이어 월드컵 본선 2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다. 우루과이와의 역대 전적은 1승 2무 6패가 됐다. 월드컵 전적은 1무 2패. 두 번째 경기인 가나전을 치르고 나면 한국은 12월 3일 0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