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가 채권단 및 일부 주주단이 앞장서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추진하는 가운데 창업자 등 기존 경영진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매각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투자 업계에선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많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투자 유치는 난항을 겪고 있어 '제2의 메쉬코리아'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OK캐피탈 등 채권단과 주주단은 25일 회생법원에 메쉬코리아 회생 절차 신청을 내주쯤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22일 네이버(18.48%)와 GS리테일(007070)(18.46%), 현대차(005380)(8.88%), 한국산업은행(1.8%)으로 구성된 주주단과 OK캐피탈 주최로 열린 메쉬코리아 경영권 매각 관련 관계인 집회는 유정범 메쉬코리아 이사회 의장과 솔본인베스트먼트(7.5%)가 참여하지 않아 무산됐다.
OK캐피탈은 이달 25일 만기가 지난 360억 원의 주식담보대출과 관련해 메쉬코리아 측에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할 계획이다. EOD는 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신용 위험이 높아져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담보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거나 채무자가 원금 혹은 이자를 연체할 경우 발생한다. OK캐피탈은 다만 유 의장과 경영진이 대출 상환 관련 자금 확약서(LOC)를 제출할 경우 3개월 만기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의장 측은 두 곳의 투자자로부터 투자 의향을 확인 받았고 올 해 11월부터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선다면서, OK캐피탈에 대출금을 1년 간 분할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OK캐피탈이 이 같은 상환 계획을 알고서도 기존 주주와 유 의장 측을 압박해 유진에 메쉬코리아를 매각하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메쉬코리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OK캐피탈과 유 의장 측은 각자 현금 조달 계획과 회생 방안을 제시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메말라지자 플랫폼 기업 투자 유치가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며 "자금 회수가 요원해져 채권단 혹은 투자자 주도로 경영권 매각이 이뤄질 경우 창업주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선으로 8000억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면 투자하겠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있었지만, 메쉬코리아 일부 직원들이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기를 주장하면서 투자가 무산됐다. 당시 경쟁적으로 기업가치를 키우던 스타트업에 스톡옵션 등을 기대한 개발자들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한 메쉬코리아 경영진은 울며 겨자먹기로 1조 원 이상 기업 가치를 주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후 국내·외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메쉬코리아는 투자 받을 기회를 놓친 채 기업 가치 하락을 지켜봐야 했다. 회사 운영자금 등이 부족해지자 메쉬코리아는 CS를 통해 오케이캐피탈로부터 대출을 받게 돼 급한 불은 껐지만 법정관리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때 수천억원의 몸값을 인정받다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유동성 부족 사태를 맞고 있는 상당수 스타트업들도 재무적투자자(FI)들과 유사한 내홍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내 토종 OTT 기업 왓챠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본잠식에 기존 주주들이 앞장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이달 초 38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스타트업 시장 내 자금경색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기업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이를 해소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GS그룹과 CJ(001040)그룹을 비롯해 LF(093050), 세아그룹 등 다수의 기업이 CVC 설립을 완료했다.
다만 투자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하락이 그대로 장부상 손실로 잡히면서 투자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기업 내 투자 담당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등락은 실제 현금성 자산 여부와 무관하지만,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그대로 손실이 반영된다"며 "플랫폼 기업가치가 하락세인 상황에서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답했다.
결국 플랫폼 기업들은 몸값을 낮추는 최후의 방안을 택해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메쉬코리아 역시 지난해 8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1년 사이 기업가치를 1000억 원으로 낮춰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명품 커머스 플랫폼 발란도 지난달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위해 당초 기업가치를 8000억 원에서 62% 이상 낮춘 3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트렌비도 기업가치를 2800억 원으로 낮췄으나 목표 투자 유치 목표인 1000억 원 달성에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