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서 모녀가 함께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모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초생활수급자로는 선정되지 않았다. 복지 사각지대에 오랫동안 방치되다 숨진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고와 비슷한 문제가 3개월 만에 또다시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25일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전 서대문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성인 여성 2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은 모녀 관계로 딸은 30대, 어머니는 50~6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세입자가 사망한 것 같다’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모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시신 상태 등으로 미뤄봤을 때 사망한 지 시간이 꽤 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모녀의 집 현관문에는 5개월 치 전기료 9만 2000여 원의 연체를 알리는 9월 자 독촉 고지서가 붙어 있었다. 월세가 밀렸다며 퇴거를 요청하는 집주인의 편지도 있었다. 모녀는 지난해 집 임차계약을 한 뒤 10개월 치 월세가 밀려 보증금이 모두 공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딸은 평소 지병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구청에 따르면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있지는 않았으나 가스·전기·통신료 등 생활 요금 연체로 파악하는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모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이전 거주지로 돼 있어서 서대문구로는 통보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모녀의 실거주지는 서대문구 신촌이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광진구로 돼 있어 복지부의 대상자 통지가 광진구로 향한 것이다.
앞서 올 8월 경기도 수원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다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복지부는 관련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원 세 모녀도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주거지가 다르다는 문제로 복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 채 투병 생활과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백종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하며 수원 세 모녀와 같은 사례가 지난 6년간 3만 2906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서대문구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바로 다음날인 24일 복지부는 수원 세 모녀 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매년 건강보험료 체납과 고용 위험 등을 분석해 위기 가구를 사전 발굴하고 있는데 34종의 정보를 44종으로 늘리고 정보 입수 주기도 두 달에서 한 달로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서대문구 모녀의 경우도 복지부의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는 선정이 됐으나 실제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서대문구 사망 모녀에 대해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시간과 사인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