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 “푸틴 전쟁 못 말린 건 레임덕 때문”

“8월이면 갈 사람 여겨 힘 없었다
푸틴에게 ‘끝났다’는 느낌도 받아”

2019년 회견 중인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한 것은 임기 말 레임덕 때문에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최근 독일 슈피겔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모두가 ‘(2021년) 8월이면 갈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던 까닭에 내 생각을 밀어붙일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벌이려 한다는 첩보가 서방국에서 돌기 시작한 무렵인 지난해 7월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같은 해 8월 러시아에서 푸틴과 회담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그때는 이미 레임덕으로 협상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9월에 다시 (총리직을) 맡을 상황이었다면 계속 파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푸틴 대통령과의) 마지막 회담에서 받은 느낌은 명확했다. ‘정치권력적 관점에서 넌 끝났다’는 것이었다. 푸틴에게는 단지 권력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우크라이나에서 ‘유로마이단’으로 불리는 반러·친서방 혁명이 일어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2013∼2014년 충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부당한 비판’이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사람들은 마치 내가 (2014년 9월) 민스크 (휴전) 협정을 체결한 것 외엔 당시 아무 신경도 쓰지 않은 것처럼 언급하면서 ‘어떻게 우크라이나에서 눈을 뗄 수 있느냐’고 말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일에서는) 선거가 있었고, 당시 그리스에서도 항상 뭔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꼬리뼈가 골절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병력 철수와 국제기구의 휴전 감시 등을 규정한 민스크 협정 역시 비록 2주도 지나지 않아 교전이 재개돼 유명무실해졌으나, 우크라이나에 국방력을 보충할 시간을 벌어준 의미가 있다고 메르켈 전 총리는 주장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반대해 러시아가 침공할 여지를 만들었다거나,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에 지나치게 의존해 유럽 에너지 위기를 초래했다는 등 비판에 대해서도 “오해를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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