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에게 매우 힘든 해였을 것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나 한국 코스피는 연초 대비 20% 이상 마이너스 상태이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나 코스닥은 훨씬 더 큰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인도의 센섹스(SENSEX)는 11월 초 기준 6만 1034로 연초 대비 3% 플러스이며 6월 최저점 대비 20% 이상 올랐다. 시계열을 좀더 늘려보면 코로나19로 저점이던 2020년 3월 25,981에 비해 2.3배 올랐고 지난 10년간 4.4배 상승하는 등 거의 해마다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왜 인도 주식시장은 강할까. 기본적으로 인도 경제가 탄탄하고 성장률이 높기 때문이다. 2021년 8.7%에 이어 2022년에는 6.8%의 경제성장이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감소했던 2020년에도 인도는 600억 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했으며 올해 상반기에 300억 달러를 넘겨 기록 경신도 예상된다.
인도는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을 떠나는 제조업을 유치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값싼 러시아 원유를 들여와 물가를 안정시키고 있다. 또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면서도 자국의 실리를 우선하는 전략적 외교 노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인도가 이처럼 탄탄한 성장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다. 인구 14억 명의 거대 내수 시장이지만 과거에는 주(州)를 넘어서면 별도로 세금이 붙었고 현금 기반 경제여서 개별 품목 관점에서 큰 소비 시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파편화되고 불투명한 시장에 가까웠다.
2017년 8월 생체 정보 신분증인 아다르카드가 전 국민에게 도입된 후 이를 기반으로 한 지불결제(AePS)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도 송금 및 인출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2011년에는 인도 성인 중에 은행 계좌를 보유한 인구가 35%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80%를 넘었다. 중앙은행 주도로 개발한 UPI 결제 시스템은 올해 10월 기준 365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으며 월간 사용량이 73억 회 12조 루피(약 204조 원)에 달한다. 디지털 페이 사용량이 신용·데비트카드보다 4배 이상 많다.
10여 년 전에는 카드 발급이 안 돼 항상 지갑에 현금을 넉넉히 넣고 다녔지만 지금은 현금 쓸 일이 거의 없다. 개인 운전기사나 가사 도우미들도 계좌를 갖고 있어서 간편하게 급여를 송금해준다. 이곳 상무부 장관이 “인도의 핀테크도입지수는 87%로 세계 평균인 64%보다 훨씬 높아 전 세계 1위”라고 자랑스럽게 밝힌 적이 있는데 충분히 공감이 간다.
간접세(GST)가 통합돼 물품의 주별 이동이 자유로워졌고 디지털 페이를 통해 경제의 흐름도 투명해지고 있다. 소득이 낮은 계층도 신용도가 파악되면서 소비 여력이 확대됐다. 인도 시총 1위 기업(Reliance Industries)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면서 4G 사용을 거의 무료로 해 이용자를 확보하는 바람에 스마트폰 보급과 모바일 인터넷 사용도 급속히 늘었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마존과 플립카트가 양분하고 있는데 운영 수준이나 서비스도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세탁기와 에어컨 등 기본 가전제품들의 보급률은 낮지만 공기청정기 같은 고급 소비재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인도 주식시장의 상승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급속한 디지털경제로의 변화는 인도가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유치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된 원동력이다. 인도에는 7만 4000개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투자 유치액은 420억 달러로 전년보다 2.5배 증가했다. 유니콘 기업은 105개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다. 핀테크 분야 유니콘이 20개 이상이며 대표 주자인 페이티엠은 시총 160억 달러의 데카콘(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인도는 아직 물리적 인프라 구축은 미흡하지만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는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된다. 중국이 급속히 성장하던 시점에 우리 기업들이 현지 제조와 내수 관점으로 접근해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이제 인도 시장에 그만한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