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에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미국 회사채 펀드에 한 달도 안 돼 160억 달러(약 21조 원)의 뭉칫돈이 몰려들고 글로벌 2차 공모 시장 거래 규모도 3개월래 최대를 기록했다.
2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미국 회사채 펀드에 약 160억 달러의 투자금이 들어왔다. 이달 말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0년 7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 규모의 유입이 된다. 구체적으로 우량 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에 86억 달러, 정크 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에 71억 달러가 들어왔다. 특히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7%(전년 대비)로 이전치(8.2%)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온 직후 투자금이 몰렸다. 10월 물가지표 발표 직전인 10일까지 미국 회사채 펀드에는 50억 달러가 유입되는 데 그쳤지만 이후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왔다. FT는 “예상보다 낮은 물가가 투자심리를 얼마나 밝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투자 자문사 LLFA의 마티 프리드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향후 회사채금리가 오르기보다는 내려갈 것으로 보고 높은 이율을 확보하기 위해 나중보다는 지금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우량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10월 6%를 웃돌았지만 이를 정점으로 최근 5.4%까지 하락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나아가 금리 인상 기조의 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자 시장금리는 내려갔고 이에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이율을 확보하고자 회사채 투자 러시에 나선 것이다.
2차 공모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 세계 2차 공모 시장에서 거래된 규모는 240억 달러로 8월(250억 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차 공모란 이미 기업공개(IPO)를 마친 회사의 대규모 지분이 한 투자자로부터 다른 투자자로 직접 판매되는 것을 말한다.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10월 미국의 물가지표를 기점으로 풀리면서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측과 신규 지분을 취득해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2차 공모 규모가 늘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도 계속되고 있어 시장의 온기가 IPO 시장까지는 번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의 헨리크 욘손 자본시장 부문 대표는 “내년 하반기 이전에 IPO 시장이 반등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