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은 유찰돼야 입질"…은마·목동도 찬밥

[서울 아파트 낙찰률 역대최저]
재건축 규제완화 효과도 안먹혀
저평가된 물건들만 입찰자 나와
고금리 못버틴 물건 내년 쏟아져
경매시장 냉각기 더 심화될 수도

아파트 등 부동산 경매가 이뤄지는 서울중앙지법 입찰 법정 모습/연합뉴스


한 때 경매에 처음 부쳐지는 기준인 감정평가액(감정가)보다 20% 비싼 가격에 새 주인을 찾는 경매 물건이 많았던 시기(2021년 10월·낙찰가율 119.9%)가 있었다. 경매 전문가들조차 “시장이 과열됐다”며 우려했던 그때로부터 불과 1년이 흐른 지금, 경매시장은 냉골로 변했다. 올 들어 집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과거에 산정한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은 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매매 거래와 달리 세입자 문제나 채무 관계가 복잡한 경매물건은 ‘안전마진’이 확보되지 않는 한, 입찰이 전무하기에 낙찰되는 가격도 크게 낮아지는 모양새다.


2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69.8%에 육박했던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올해 상반기(1~6월) 49.6%까지 떨어지고 하반기에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소폭 반등한 8월(36.5%) 이후 9월(22.4%)·10월(17.8%)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11월(1~23일)에는 15.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가율도 급변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 119.9%로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작년 한 해 평균 111.0%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하락세가 본격화 됐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6.6%였지만 단 한 차례도 반등하지 않고 떨어지며 11월 87.7%까지 미끄러졌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금리가 워낙 높아 대출 부담도 큰 상황에서 책정된 감정가는 여전히 높다보니 유찰이 반복된 일부 매물만 입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매 시장에 불어 닥친 한파는 재건축 호재가 있는 서울 시내 주요 단지도 삼켜버렸다. 지난 10월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도계위 심의를 통과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는 지난 10일 감정가 27억 9000만원에 시작한 경매에서 외면받았다. 응찰자가 없었던 것은 감정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탓으로 분석된다. 은마아파트서 동일한 면적 주택은 지난달 20일 21억 원(2층), 이번 달 1일에는 23억 5000만 원(10층)에 각각 거래됐다. 다음 달 감정가보다 20% 낮은 가격(22억 3200만 원)에 2차 매각이 진행되지만,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기에 유찰 가능성이 높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4단지(전용면적 108㎡)’는 이달 16일 최초 감정가 19억 7000만원보다 20% 하락한 15억 7600만 원으로 2차 매각이 진행됐지만 또다시 유찰됐다. 지난 10월 동일 면적 주택이 16억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정가와 경매가 차이가 적은 것이 유찰 이유로 꼽힌다.


반면 유찰을 거듭해 시세나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은 낙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전용면적 114.9㎡)’은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전인 지난 5월 실거래가(16억 5000만 원)와 비슷한 수준의 감정가(16억 3000만원)에서 경매를 시작했다. 이 물건은 이후 두 차례나 유찰된 후 최저 입찰가가 10억 4320만 원까지 떨어진 후에야 응찰자가 12명 몰렸고, 최종 12억 4191만 원에 낙찰됐다. 현재 호가는 15억 5000만 원 수준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최근 서울 동부지방법원을 방문했을 때 총 18건의 매각이 진행됐지만 단 3건만 낙찰됐고 응찰자는 총 3명으로 1건에 1명 꼴”이라며 “누가 봐도 저평가 된 물건일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입찰하는 경향이 올 하반기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현 시점의 물건은 대개 지난해 접수된 것으로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올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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