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수주잔고액 11분기만에 줄었다[뒷북비즈]

3분기 수주잔고액 2분기보다 14% 감소
파운드리 업황 둔화도 본격적으로 韓 덮쳐
TSMC 등 파운드리 업계 잇딴 감축 경영
반면 '1년 1개 팹 건립' 삼성은 '셸 퍼스트'
반도체 혹한기에 확장 전략 통할지 관심

DB하이텍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DB하이텍

DB하이텍(000990)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수주 잔액 증가세가 시장 수요 부진으로 11분기만에 꺾였다. 이미 시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메모리에 이어 그나마 성장세를 보였던 파운드리 시장 둔화까지 한국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주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잇따라 투자 축소, 운영비 삭감 등을 발표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005930)가 시스템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27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3분기 수주 잔액은 총 1억 523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분기(1억 2232만 달러)보다 13.97%나 감소한 수치다. DB하이텍의 수주잔액이 감소한 건 코로나19 발생으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한 2020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3분기 DB하이텍의 수주 상황은 잔액뿐 아니라 잔량도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DB하이텍의 3분기 수주 잔량은 전 분기보다 13.96% 감소한 12만 6446장을 기록했다. 앞서 2분기 DB하이텍의 수주 잔량 웨이퍼는 14만 6968장으로 회사 월간 전체 8인치 웨이퍼 생산 능력(3분기 기준 13만 8000장)을 웃돈 바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수주 잔량과 잔액은 고객사의 칩 위탁 생산 주문을 받고도 납품하지 못한 반도체의 양과 금액을 뜻한다. 수주 잔액 오름세가 꺾였다는 것은 고객사의 반도체 수요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DB하이텍의 수주 잔액이 3분기부터 급격히 감소한 것은 올 하반기 들어 정보기술(IT) 시장 전체가 침체기에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B하이텍 관계자는 1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전자·IT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업계도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현우 NH투자증원 연구원은 “8인치 파운드리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는 내년 이후 평균 단가 상승 흐름이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시장 둔화 현상은 DB하이텍을 넘어 이미 세계적 업체들을 모조리 덮치고 있다.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최근 내년 수요 약세를 예측해 올해 설비투자 예산을 10% 감축하기로 했다. 세계 파운드리 순위 3위를 기록 중인 대만의 UMC도 올해 설비 투자액을 기존 계획보다 약 17% 줄인 30억 달러(약 4조 원)로 조정했다. 세계 4위인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는 연간 운영 비용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절감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아직 감산, 설비투자 감축 등을 발표하지 않은 점을 들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또 다른 ‘치킨게임’에 돌입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세계적으로 생산 축소 흐름에 들어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홀로 “감산은 없다”고 밝히며 사실상 치킨게임 전략을 선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셸(Shell) 퍼스트’ 슬로건 아래 중장기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는 기조다. 경기 평택, 미국 테일러 부지 등에 1년에 1개씩 공장을 건립해 고객사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 생산 주문에 언제든 대응하기로 했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은 2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투자자 포럼 행사에서 “향후 파운드리 수요가 높기 때문에 생산 공장(팹)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2027년까지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017년 대비 3.4배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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