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을 두고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1%대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대세를 따라 1%대 성장전망치를 내자니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저성장을 정부가 방치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그렇다고 2%대로 전망하자니 성장률을 끌어올릴 뾰족한 묘안이 보이지 않아서다. 관가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일단 1%대로 제시한 뒤 내년 하반기 중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온다.
28일 기재부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2월 하순께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방은 성장률을 비롯해 취업자증감·소비자물가·경상수지 전망 등이 모두 담기는 일종의 우리 경제 청사진이다. 특히 재정지출을 중요시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방에 거시경제 예측은 물론 재정 집행 방향까지 포함돼 지난해 말 발표된 2022년 경방의 경우 분량이 무려 151쪽에 이르기도 했다.
문제는 내년 경기 침체가 예고되고 있지만 재정 건전성을 내세운 이번 정부에서는 재정지출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주요 기관들의 내년도 한국 성장률을 보면 10월 초 전망치를 내놓은 국제통화기금(IMF)이 2.0%로 가장 높고 한국개발연구원(KDI)(1.8%), 한국은행(1.7%) 순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일본계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아예 -0.7%로 역성장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이라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 카드를 쓰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적자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며 “법인세 완화 같은 규제 완화 대책도 야당 반대에 직면해 한마디로 정책 수단이 꽉 막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장률 전망치에는 어느 정도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정부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는다면 그 자체로 직무 태만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을 동원하지 않으면서도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경제 부처 관료들의 참신한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