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첨단산단에 입주해 있는 광섬유 케이블 제조기업 지오씨. 최근 공장 이전으로 작업자들이 일하는 공간은 늘 어수선했다. 부주의하게 관리되는 철제 보빈, 이동이 잦은 설비로 인해 작업 공간의 환경 개선 등은 가장 큰 숙제였다. 작업 중 잦은 칼날 사용으로 베임 사고와 같은 안전 사고의 발생 비율이 높아 설비 구획선·지게차 동선 구축, 칼날 사용성 개선 등이 필요했다.
이 같은 안전 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디자인 관련 인력이 부족했던 지오씨는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의 도움을 받고 고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KIDP는 지오씨에서 빈번하게 사용으로 작업자들을 늘 위협해 온 칼날 베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케이블 원재료들이 방치된 동선과 적재물들도 혼잡한 작업영역을 정비했다. 또 기존 회의실을 휴게실로 변경해 근로자가 휴식을 취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안전을 확보했다.
KIDP와의 협력 작업을 통해 안전 위협 문제를 해결한 지오씨는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진행된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 성과 공유회에서 주요 사례로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날 KIDP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공동으로 추진한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 성과공유회에서는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프론텍의 사례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안산 반월시화 산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프론텍은 출입구에 작업자나 방문객의 보행로가 확보돼 있지 않아 화물차·지게차와의 충돌 위험이 있었다. KIDP는 업체의 환경에 맞는 작업자 중심의 안전디자인을 개발해 지게차 충전 및 보관소 설치로 물류 적재 공간을 새롭게 만들고, 출입구에 보행로를 설치해 보행자의 안전한 이동 확보했다. 또 공장 진·출입 공간 작업차량·보행자이동, 주차 동선 등을 정리했다.
전국 곳곳에 있는 국가산업단지(산단)들은 국내 산업발전을 이끌고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화 된 곳이 많아 각종 안전사고 발생 등 위험요소도 많다.
전국의 산단은 1238곳이며, 이 가운데 20년 이상 된 산단은 37%에 달하는 457곳이다. 오래된 산단 내 입주기업 대부분은 폐쇄적 공간 구조로 각종 사고 발생 위험이 높고 사고가 났을 경우 구조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특히 산단에는 외국인·장년층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의 노동자가 함께 근무하는 공간으로 사물이나 이동동선 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시각적 효과가 중요하다. 이에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은 2013년부터 산단 및 제조사업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디자인 사업을 추진해왔다. KIDP는 근로자의 행동과 인식분석을 바탕으로 다수의 현장인터뷰, 워크숍 등을 토대로 안전환경 개선 프로젝트 진행했다.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은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심리·행동적 특성을 고려한 안전디자인 개발 및 도입을 통해 산업재해, 화재 등 다양한 안전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사업이다.
KIDP와 산단공은 지난 3월 합동 공고를 통해 광주와 인천, 여수, 창원, 구미 등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입주 중소·중견기업 8개사를 선정해 안전디자인 인프라 실증을 추진했다. 안전디자인 개발을 담당한 디자인와우앤파트너스, 커프웍스 등 6개의 디자인전문기업이 근로자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안전표지판 설치, 환경 개선을 통한 안전한 이동 동선 제안 등 산재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디자인 활용 사례를 성과공유회에서 발표했다.
윤상흠 KIDP 원장은 “안전서비스디자인이 더 확산돼 우리 국민이 안전한 삶을 영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근로자가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작업 환경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