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옛 상업은행 본점인 소공별관 매각에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6월 매각을 본격화한 이후 두 차례 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된 데 이어 최근엔 수의계약마저도 불발됐다.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한은마저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을 몸소 체감하는 셈이다.
한은은 소공별관에 대한 수의계약 매각을 공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수의계약 신청서 제출 기간은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다. 매각 대상은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55에 위치한 소공별관과 부속 주차장 부지, 구분 소유 주차건물을 모두 포함한다. 지하 1층~지상 13층 건물로 최저입찰가는 약 1478억 원이다.
한은의 소공별관 수의계약 공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6월 소공별관에 대한 첫 매각 입찰을 공고했으나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한 달 만에 다시 시도한 입찰도 결국 유찰되자 한은은 홈페이지와 현장 설명회 당시 관심을 보였던 이들을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공고했다. 이후 한 곳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매각 절차가 급물살을 탔으나 국내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결국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주요 업무 지구에 위치한 소공별관이 팔리지 않는 것을 두고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소공별관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빌딩 대비 가격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물 감정이 지난해 6월에 이뤄진 만큼 최근 공시지가 상승을 반영하면 재감정을 받더라도 최저입찰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낮다.
한은 관계자는 “2차 수의계약을 진행하는데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소공별관 매각 입장에 바뀐 것은 없다”라며 “계획대로 다시 감정을 받아서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공별관은 옛 상업은행의 본점으로 1965년 준공된 건물이다. 상업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내 유력 시중은행 5곳인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 가운데 한 곳으로 준공식엔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상업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한일은행과 합치면서 한빛은행이 됐다. 한빛은행이 다시 평화은행과 합치면서 탄생한 곳이 현재 우리은행이다. 1999년 한빛은행은 본점을 현 우리은행 본점이 있는 회현동으로 옮겼다.
이후 소공별관은 해창이 매수해 전면 리모델링을 했고 사무 공간이 부족했던 한은이 본관 맞은편에 있던 소공별관을 사들여 사용했다. 하지만 공간 부족과 보안 취약 등을 이유로 매입한 지 6년 만에 되팔기로 했고 통합별관 준공 시점에 맞춰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2020년 완공 목표였던 통합별관은 입찰 논란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고 내년 초에나 완공된다.
통합별관 건설 지연과 함께 소공별관 매각 절차가 늦어지는 동안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1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0%에서 3.25%로 2.75%포인트 인상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점차 침체되면서 소공별관 매각도 난항을 겪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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