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가나 경기에서 아쉽게 패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캡틴’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두 어깨에 진 손흥민은 자신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옛 캡틴 구자철(33·제주)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았다.
한국은 28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3으로 석패했다. 손흥민은 우루과이와 1차전(0-0 무)에 이어 이날도 얼굴을 보호하는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패배를 막진 못했다.
패배의 아픔을 참지 못한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저 개인적으로도 잘하고, 선수들을 잘 이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라며 자책했다.
이어 “동료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고, 지금처럼만 잘해주면 팀의 주장으로서 정말 고마울 것 같다”며 동료들을 다독이는 격려 메시지도 전했다.
주장 손흥민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자신의 옛 주장 구자철을 만나자 무너졌다. 구자철은 손흥민이 대표팀 막내로 처음 월드컵에 나갔던 2014년 브라질에서 주장을 맡아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었다. 당시 그는 손흥민보다 한참 어린 20대 중반에 주장직을 맡았고 비슷한 행로를 걸었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긴 뒤 가나에 졌다면, 구자철은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 직후 알제리에 졌다. 두 대회의 2차전 상대가 유력한 1승 제물이자 아프리카팀이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등장한 손흥민은 말없이 구자철과 악수한 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구자철은 그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손흥민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두 사람 간 대화는 오가지 않았고, 대표팀 관계자도 그저 둘의 위로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12월 3일 오전 0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1무 1패로 조 3위에 머무는 우리나라는 포르투갈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같은 시간에 열리는 우루과이-가나 전에서 우루과이가 이기되 골 득실 비교에서 우리나라가 우루과이를 앞서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 우루과이와 가나가 비길 경우에는, 한국이 포르투갈을 2골 차 이상 이겨야 한다.
손흥민은 포르투갈과 최종전을 앞두고 “선수들도 (16강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잘 준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도 선수들과 함께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