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중국과의 ‘황금 시대’는 끝났다”며 대중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최근 중국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며 중립을 취하고 있는 독일, 유럽연합(EU)과 달리 영국은 미국 측에 좀 더 밀착하는 모양새다.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이날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한 주요 외교정책 관련 연설에서 “중국은 의식적으로 모든 국가 권력을 지렛대 삼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나서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영국의 접근법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의 이른바 ‘황금 시대’라는 것은 교역이 중국의 사회·정치적 개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과 함께 끝나버렸다”며 “중국은 영국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국 언론인 BBC방송 기자가 27일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반대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현지 공안에게 붙잡혀 수 시간 구타당한 뒤 풀려난 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수낵 총리가 같은 보수당 출신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2015년 선언한 영국과 중국 간 우호 관계에 종언을 고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캐머런 전 총리는 자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등 유대 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수낵 총리와 시 주석 간 양자 회담이 불발되는 등 불과 몇 년 사이 두 나라 사이는 크게 냉랭해진 상황이다.
대중 강경 노선을 강화하는 영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잡기에 나서는 유럽국들과는 대비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달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우려에도 직접 중국을 방문했으며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시 주석의 초청으로 다음 달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정부는 유럽 동맹국들이 중국에 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