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피해 확산을 우려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아주·삼표 등 주요 레미콘 업체의 수도권 공장은 29일부터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으며 강원도에 위치한 132개 레미콘 공장 중 35곳이 가동을 멈췄다. 공장에서 출하되는 시멘트 물량이 예년의 약 10% 수준인 2만 톤에 불과해 28일까지 업계가 입은 손해는 약 642억 원으로 추정된다.
업무개시명령으로 시멘트 업계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해당 명령이 운송 차주에게 송달돼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서다.
레미콘 공장에서 생산이 중단되면서 레미콘 차량 운전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레미콘공장에서 건설현장까지 레미콘을 운반하는 운전자들은 대부분 일감이 없어 며칠째 한푼도 벌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레미콘 운전자들은 운반 회당 7만원를 받으며 평소에는 하루 5~6회를 운전해 40여만원을 벌지만 레미콘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며칠째 수익이 없는 실정이다.
레미콘 타설이 멈춘 건설 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절기에 들어서면 콘크리트가 얼어붙어 타설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일주일이 마지노선이라는 현장이 많다”며 “조속히 현장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25일부터 전국 912개 건설현장 중 508개(56%)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장도 여전히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졌지만 아직 현장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업체는 없다”며 “둔촌주공 외 다른 사업장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의 피해도 확산일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탱크로리 기사 중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은 70%에 이른다. 정유 업체들은 일시적으로 재고가 부족한 주유소에 긴급 공급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군 탱크로리까지 유류 공급에 투입됐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는 하루 평균 약 7만 7000톤의 철강재 출하 차질을 빚었다.
석유화학 업계는 긴급 물량을 위주로 출하를 제한하고 있다.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경험을 토대로 업체들이 미리 제품 적재 공간을 확보하는 등 대비책을 시행해 현재로서는 대응 가능한 수준이나 향후 일주일이 고비라는 관측이 다. 자동차 업계도 완성차를 공장에서 각 지역 출고센터로 옮기는 탁송차량 ‘카 캐리어’ 확보에 계속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송센터 직원이나 일당제 기사들이 직접 몰아 운송하는 로드 탁송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