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영주권자에 대한 지방선거 투표권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인 해외 영주권자가 해당 국가에서 투표권이 없다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해당 국가의 국내 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다. 법무부 의견대로 개편이 이뤄질 경우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졌던 약 10만 명의 중국인들은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법무부에 ‘중국인 참정권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지’를 질의하자 법무부는 30일 이 같은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우리나라는 3년 이상 된 영주권자(F-5)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데 반해 해외 거주 국민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선거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선진국들의 영주권 제도를 참조해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영주 제도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선진화된 이민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실제 개편을 추진 중인 것이 아닌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라며 “법무부에서 개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현행법상 영주권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선과 총선에서는 투표할 수 없지만 지방선거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등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인 영주권자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고 있다. 상호주의란 국가 간 서로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외교의 기본적인 원칙을 의미한다.
법무부가 실제로 공직선거법 개정에 나설 경우 향후 지방선거에서는 외국인 투표권자 상당수가 투표권을 상실하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유권자는 12만 7623명이었으며 중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올 3월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 유권자 수는 9만 9969명으로 전체의 78.9%였다. 이어 대만 8.4%(1만 658명), 일본 5.7%(7244명), 베트남 1.2%(1510명), 미국 0.8%(983명) 순이었다. 다만 외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에 비해 낮다. 외국인 영주권자의 투표율은 2010년 35.2%, 2014년 16.7%, 2018년 13.5%였다. 같은 기간 전체 투표율은 각각 54.5%, 56.8%, 60.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