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화·시멘트 피해액 벌써 1조…정유도 업무개시 명령 검토

■운송거부 일주일…피해 일파만파
철강업계 손실만 무려 8000억
시멘트 출하량도 10%로 떨어져
주택 건설현장 200곳 공사 중단
전국 휘발유 재고는 8일분 그쳐
軍 탱크로리 투입·비상반 가동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7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산업계와 국민들의 피해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물류가 막히면서 전국의 주유소에 기름이 동났고 시멘트·석유화학·철강·사료 제품 공급이 모조리 마비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인식 아래 군용 탱크로리를 현장에 투입하고 정유 부문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0일 오전 8시 기준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유류 제품 수송이 지연돼 기름이 품절된 주유소는 전국에 총 23개소였다. 이 가운데 휘발유가 동난 주유소는 22개소, 경유가 없어진 주유소는 1개소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5개소, 경기 3개소, 인천 2개소, 충남 3개소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날 기준 전국의 주유소에 휘발유 재고는 8일분, 경유 재고는 10일분씩 남은 것으로 파악했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자칫 ‘기름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주유소에 12시간 내로 유류를 공급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또 품절 주유소 현황 정보를 이날부터 매일 오후 4시께 ‘오피넷’을 통해 안내하기로 했다. 재고가 없는 주유소는 ‘네이버 지도’나 ‘티맵’ 등 온라인 지도 서비스에 표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 도로에 유조차들이 멈춰 서 있다. 이번 파업으로 화주들의 피해 규모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정부는 나아가 12월 1일부터 군용 탱크로리 5대와 수협이 보유한 탱크로리 13대를 현장에 긴급 투입할 예정이다. 추가 대체 수송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산업부는 24일부터 즉각 유법민 자원산업정책국장을 반장으로 한 ‘정유업계 비상상황반’을 구성·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유공장·저유소 등 주요 거점별 입·출하 현황을 감시하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우려되는 경우 정유사 간 협조,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 등을 활용해 비상 수송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에 있는 휘발유 품절 주유소를 방문해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영향을 살폈다. 이 장관은 현장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석유제품 유통 차질 등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또 산업계의 경제적 피해와 일반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장관은 “필요 시 시멘트 분야에 이어 정유 분야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화물연대는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벼랑 끝에 몰린 산업은 정유 부문뿐이 아니었다. 이미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진 시멘트 분야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9일 출하 예정이던 20만 톤 가운데 실제 출하된 시멘트는 2만 1000톤에 불과했다. 이는 9월~12월 초 성수기의 평소 출하량(하루 20만 톤)의 10% 수준이었다. 파업 첫날인 24일부터 전날까지 누적된 피해액만 821억 원에 달했다.


시멘트 공급 마비로 레미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전국 200개 주택 건설 현장도 개점 휴업을 이어갔다. 전국 레미콘 생산량은 29일 기준 평시 대비 8% 수준으로 줄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46개 건설사, 전국 985개 현장 중 577개(59%)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멈췄다. 협회는 이번 주 안으로 128개 현장이 추가로 공사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화주사들에 발생한 피해가 현재까지 1조 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의 한 시멘트 운송 업체를 직접 현장 조사하면서 “30일이 지나면 정유·철강·컨테이너 부문에서 하루가 다르게 재고가 떨어지면서 국가 경제 전반의 위기 지수가 급속도로 올라갈 것”이라며 “위기 임박 단계가 진행됐다고 판단된다면 언제든지 주저 없이 추가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협회도 28일부터 출하 차질이 발생하며 하루 평균 출하량이 평소의 30% 정도로 줄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피해액은 680억 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업계에 완성차를 직접 운송하는 ‘로드 탁송’이 늘어나면서 인건비·운영비 등 추가 부담만 하루 4억 원 정도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오는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국사료협회는 사료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농가의 가축이 굶어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철강 업계도 29일 기준 국내 출하 차질이 총 60만 톤, 이로 인한 피해액은 80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2만 302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해 평소의 63% 수준에 그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