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공화당에 맞설 민주당의 대책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근소하게 하원서 우위 점한 공화당
예산안·우크라 지원 등 방해할 것
남은 회기중 부채한도 상향 등 통해
극단주의 세력 선동서 美 지켜내야


지금의 공화당은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다. 우선 정책 목표가 전무하다. 그저 부유층 감세와 빈민 계층 지원 축소라는 반사적 욕망이 전부다. 물론 정책 아이디어도 없다.


공화당 지도부는 근소한 차이로 하원을 확보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일가에 대한 조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협치는 고사하고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려 들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공화당의 정치적 방해 공작을 저지하고 여기에 앞장선 훼방꾼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론에 들어가기 전에 공화당에서 확신했던 붉은 물결이 물거품이 됐음에도 이들이 압승을 거뒀을 때보다 더더욱 파괴적이고 무책임하게 행동하도록 만들 두 가지 이유부터 짚어보자.


첫째, 하원에서의 근소한 우위로 하원의장이 유력시되는 케빈 매카시는 의원 한 명 한 명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매카시로서는 개인적 호불호에 상관없이 하원에 입성한 극단주의자들과 선거부인론자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당내 극단주의 세력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전 공화당 하원의원의 말대로 매카시는 명목상의 하원의장일 뿐 실세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 될 것이다.


물론 낸시 펠로시도 지난 2년간 근소한 의석 차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의 온건파와 진보파를 하나로 묶어 자신의 정책 어젠다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매카시는 펠로시가 아니다. 게다가 진보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파에 속한 공화당 의원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둘째는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다. 올해 민주당은 경제의 맞바람을 맞아가며 선거를 치러야 했다.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경제는 내년 초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것이 공화당의 바이든 행정부 발목잡기가 더욱 거칠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평소 행동으로 봐서 공화당 지도부는 앞으로 2년간 당내 극단주의자들을 다독이고 성공적으로 보이는 바이든의 국정 운영에 최대한 타격을 가하기 위해 방해 공작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이 정조준할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이슈는 채무 한도와 우크라이나 지원이다. 역사적인 이유로 미국 예산안은 의회에서 두 번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 표결은 지출을 승인하고 세율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출 법안이 예산 적자로 연결될 경우 의회는 적자 보전을 위해 차입을 승인하는 별개의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이 법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공화당이 그랬듯이 현재 상황에서 이 법은 정상적인 절차로는 정책 변경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한 정치인들이 경제를 볼모로 잡아 그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법을 이용해 채무한도의 중요성을 턱없이 부풀리는 방법으로 정부에 타격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다수당의 무리한 태클에 정부가 번번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채무 한도 상향 조정에 실패할 경우 글로벌 차원의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이 이같은 부정적 파급력을 감안해 책임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우크라이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믿기 힘든 용맹성을 과시하며 러시아 침략군을 성공적으로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자국보다 덩치가 큰 러시아를 상대로 전투를 치르려면 서방의 지속적인 군사적·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화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차단할 것임이 뻔하다.


한 가지 희망 어린 관측이 있기는 하다. 민주당은 남은 의회의 레임덕 회기에 부채한도를 충분히 올려 이와 관련한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역시 앞으로 수개월간 전쟁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넉넉히 책정해 확보할 수 있다. 또 민주당은 미국인의 생활을 개선하기보다 국정 혼란과 가짜 스캔들에 초점을 맞추는 공화당의 극단주의를 강력히 질타해야 한다.


노회한 보수 정치 평론가들은 분명히 이런 노력에 조롱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중간선거를 지배할 핵심 이슈로 지목하고 공화당 극단주의 세력이 민주주를 위협할 것이라는 바이든의 경고에 콧방귀를 뀌었던 장본인들이다. 지난 중간선거의 결과를 가른 이슈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이었다.


앞으로 2년간 공화당이 불량하게 행동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악역 배우에게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만들기 위해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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