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장 5%만 챙겨도 1조"…직판 체제·고농도 제형으로 승부수

◆불붙은 바이오시밀러 선점 경쟁
백신 제외 세계 판매 1위 휴미라
셀트리온, 직판으로 가격 경쟁력
에피스, 저·고농도 제형 모두 갖춰
'위탁생산 1위' 삼바도 도약 예상
"규제 협상 등 정부 지원 늘려야"


내년부터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 밀어닥칠 53조 원 이상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세컨드 웨이브’를 앞두고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된다. 세계 판매 1위(코로나19 백신 제외) 의약품 ‘휴미라(애브비)’와 5위 ‘아일리아(리제네론)’, 7위 ‘스텔라라(얀센)’의 미국 내 물질 특허가 내년에 만료되면서 형성될 두 번째 파도에 어떻게 올라타느냐에 따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업계 지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가격 경쟁력은 기본이고 제형 변경을 통해 투약 편의성을 높이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등 차별화를 통해 승부할 계획이다.


◇이미 막 오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선점 경쟁=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우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미국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휴미라 판매 금액의 5%만 바이오시밀러가 차지한다고 해도 1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연 매출 2조 원을 넘긴 곳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게다가 미국 시장은 휴미라의 세계 판매 중 84%가 집중된 지역이어서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류마티즘 관절염부터 건선,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에 두루 쓰이며 피하주사(SC) 형태로 개발됐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미국 암젠이 내년 1월 31일 가장 먼저 ‘암제비타’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하드리마’를 6월 30일,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를 7월 1일 각각 내놓는다. 이들 기업 외에도 노바티스 산하 산도스, 화이자, 알보텍 등 7개 기업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내년에 일제히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회사 사활을 걸고 내년 바이오시밀러 대전(大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셀트리온 관계자는 “내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기점으로 50조 원이 넘는 시장을 놓고 글로벌 제약 업체 간 전방위적 싸움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세컨드 웨이브를 앞둔 업계 분위기가 어떤지 잘 전해주는 언급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뿐 아니라 위탁생산(CMO) 업계도 물량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바이오시밀러들이 대거 등장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경쟁하면 약가가 내려가 처방 물량 자체가 급증해 생산 물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인 삼성바이이오로직스를 비롯해 관련 업계도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경우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비해 올해 인천 송도 4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1캠퍼스보다 더 큰 제2캠퍼스를 송도에 짓기 위해 토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K바이오, 차별화로 승부=내년 미국 현지에 출시될 바이오시밀러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능과 안전성을 갖췄다는 점을 공히 인정받았다. 가격 역시 오리지널에 비해서는 15~30%가량 저렴하다. 효능·안전성·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면 결국 승부는 각 제품들이 확보한 차별성에서 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8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먼저 판매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 역시 투약 편의성을 비롯한 차별화된 마케팅 등이 명암을 갈랐다.


셀트리온은 휴미라 매출 중 80%가 고농도 제품에서 나오고 있는 점에 착안해 기획 단계부터 유플라이마를 고농도 제형으로 개발해 미 FDA 승인을 받았다. 현지 판매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담당할 예정으로 미국에서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 중에 하나가 가격 경쟁력인데 직판의 여러 장점 가운데 하나가 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운영하기 적합하다는 점인 만큼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 직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유일하게 저농도와 고농도 제형을 모두 갖춰 시장 수요에 완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현지 판매는 현지 기업 오가논이 맡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유럽 등지에서 쌓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판매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업하겠다”고 했다.


대체처방가능(interchangeability) 여부도 포인트다. FDA로부터 대체처방가능 인정을 받으면 약사가 의사의 의견을 따로 묻지 않고 같은 효능의 약물로 처방을 바꿀 수 있어 판매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1억~3억 달러를 들여 별도 임상 시험을 해야 한다는 점이 허들이다. 현재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암젠·알보텍 등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대체처방가능 임상을 진행 중이고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미 대체가능성을 승인받았다.


◇더 커질 미래 시장…정부 역할 중요=미국 정부는 의료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로슈의 ‘티쎈트릭’ 등의 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에는 세컨드 웨이브보다 더 큰 ‘서드 웨이브’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FDA와 유럽의약품청(EMA) 등 선진국 규제 기관들은 국제의약품규제기관프로그램(IPRP)과 같은 포럼을 조직해 바이오시밀러 정보 교류를 추진 중이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바이오시밀러 평가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는 올 2월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에도 연구개발(R&D) 비용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선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면 적극적인 투자뿐 아니라 규제 기관의 신속 승인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바이오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지정한 만큼 정부가 산업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한국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글로벌 규제와 관련 가이드라인 협상에 적극 참여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인천 송도의 연구실에서 약물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이 개발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사진제공=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판매 중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 사진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인천 송도의 연구실에서 약물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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