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에서]알제리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김창모 주알제리 한국대사
1962년 프랑스 식민통치서 독립
韓과는 비교적 늦은 1990년 수교
코이카·코트라 진출해 협력 확대
지하 및 인적자원 풍부·농업 발전
韓 관심도 높아…잠재력 무한해
한-알제리 양국 협력 재도약 기대

김창모 주알제리 한국대사./외교부

130여년의 긴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1962년 독립한 알제리는 세계 10위의 국토 면적을 가진 아프리카의 대국이다. 알제리는 사회주의 성향의 비동맹 노선의 국가로서 북한과는 일찍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었지만 우리나라와는 비교적 늦은 1990년에 수교했다. 2006년 양국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이래 다수의 우리 기업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등 정부 기관이 진출해 양국 간 실질적 협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알제리는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및 천연가스 외에도 셰일가스, 인광석, 우라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지중해와 인접한 북부지역의 기름진 땅에는 농업이 발전해왔다. 또한 고대 로마시대 유적, 아름다운 지중해 해안선, 환상적인 모래 언덕의 사하라 사막 등 무궁무진한 관광 자원이 있다. 모든 국민은 대학교까지 무상교육 혜택을 받고 있어 양질의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식민지 역사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 양 국민 간 정서적으로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아직 학교에 한국어 정규과정이 개설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알제리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매년 대사관 주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데 드라마와 세종학당 등에서 배운 한국어 실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 매년 개최하는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예선전에도 수십 여개 팀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이는데 그 열정이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우리 기업들은 비교적 최근에 알제리에 진출했음에도 누적 건설수주액이 18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양국 간 교역은 연간 20억 달러에 달한다. 다수 건설업체가 복합화력발전 플랜트, 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종사하고 있는데 발전 플랜트가 완공되면 알제리 전체 전력 공급의 절반을 우리 기업이 건설한 발전소에서 생산하게 된다. 우리 자동차나 가전제품들의 인기도 높아 현대·기아 자동차가 거리를 달리고 삼성전자, LG전자 간판도 눈에 띈다.


그러나 우리 진출 기업들의 알제리 내 비즈니스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3~4년 공기의 프로젝트들이 10년 가까이 지연되기도 하고 공사대금 수령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알제리 정부의 현지 생산 장려 정책에 따라 우리 자동차 업체나 가전업체들은 완제품 수입 제한, 과실 송금 제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부분이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비즈니스 관행에서 기인하지만 이런 외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알제리 정부의 노력이 최근 가시화되고 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


2019년 새로 출범한 테분 대통령 정부는 ‘신알제리 건설’의 기치 하에 외국인 투자 유치 증대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 결실이 외국 기업들의 알제리 내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담은 신투자법의 제정이다. 그러나 이 법은 구체적인 내용을 하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고, 얼마나 바뀔 수 있을 것인가에 신중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테분 대통령을 비롯한 리더들의 개혁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알제리의 무한한 잠재력은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꽃을 피울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가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은 알제리의 잠재력을 높이 본 미래지향적인 결정이었으며, 알제리 또한 한국을 경제 발전의 모델이자 신뢰할 만한 전략적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음을 볼 때 양국 관계의 미래는 매우 밝다.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 출범과 함께 알제리는 우리 기업들에게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교두보로서의 잠재력을 보고 적극 진출해 달라고 하고 있다. 알제리는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수준으로 양국 간 협력이 재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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