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 고용보고서에도 상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0.18%, 0.12% 내렸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1% 상승했는데요.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일자리=증시 급락’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요인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실제 나스닥이 장중 -1.5%, S&P가 -1.1%를 기록했는데요. 나스닥은 개장 전 선물시장에서 -2%를 넘기도 했습니다. 일자리 숫자가 더 잘 나오자 전날 3.5%대까지도 하락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이날 한때 3.63%까지 올랐고 달러인덱스는 잠깐 105.5까지 상승했는데요.
하지만 최종 성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잠시 나마 상승 전환하기도 했죠. 왜 그럴까요. 오늘은 증시의 선방 이유와 11월 일자리가 어땠는지, 또 최종금리와 증시 전망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11월 고용보고서부터 살펴 보죠. 이날 나온 11월 고용은 26만3000개 증가로 월가 예상 20만 개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다우존스와 블룸버그통신 모두 20만 개를 제시했는데 무려 31.5%나 높게 나온 거죠. 10월 증가폭도 26만1000개에서 28만4000개로 수정됐습니다. 실업률은 전망과 같은 3.7%였는데요.
세부적으로 보면 제조업은 11월에 고용이 1만4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레저와 접객이 8만8000개, 교육 및 의료 서비스에서 8만2000개나 증가했습니다. 기타 서비스(2만4000개)까지 더하면 사실상 서비스가 고용 증가를 이끌고 있는 건데요.
이는 △연준 긴축에도 서비스업 영향 작음 △강한 서비스 고용, 서비스 물가 상승촉진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 △연준 부담 증가 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투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서비스업 분야는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 미국이 1980년대처럼 제조업 중심이 아니라 이제는 서비스가 고용의 80%가량 된다”며 “지금 같은 서비스 중심에서는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요.
물론, 강한 고용 자체는 원래 좋은 겁니다. 하지만 현상황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있고 이를 둔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요를 낮춰야 하는데,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니 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 고용둔화가 중요하죠.
이와 관련해서는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감원한다는 소식이 많았고 이것 자체가 고용둔화 아닌가, 왜 지표에 반영이 안 되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아마존 1만 명 해고에 애플 채용중단, 메타를 비롯해 더 많은 기업들이 정리해고에 나서기도 했죠.
답은 이렇습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기술기업이 S&P500 시가총액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해 관심이 많지만 인터넷 출판과 방송, 웹서치 포털이 미국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가 안 된다”며 “업계 종사자 전원이 해고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실업률은 0.3%만 상승한다. 전반적인 기술분야의 채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높기 때문에 이들은 새 일자리를 금세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꼭 같은 업종이 아니어도 다른 분야에는 일자리가 널려 있습니다. 넓게 퍼지는 효과죠.
추가로 이날 초반 투자자들이 상황을 안 좋게 본 근본 요소가 두 개 더 있는데요. 첫째, 임금 상승률입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이 전월 대비 0.6%로 예상치(0.3%)를 두 배나 뛰어넘었는데요. 전년 대비로는 5.1%로 이 또한 전망치(4.6%)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10월 수치도 상향 조정됐는데요. 전월 대비가 0.4%에서 0.5%, 전년은 4.7%에서 4.9%로 높아졌습니다. 파월 의장이 임금상승률이 높다며 궁극적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타깃(2%)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했던 점을 고려하면 쉽게 넘어갈 부분이 아닌데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큰 뉴스는 9월과 10월 임금상승률이 상향 조정되고 11월에 엄청 큰 숫자가 나왔다는 점"이라며 “당신은 아마도 인플레이션과 그 동력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바꾸길 원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임금인상과 인플레의 악순환을 말하는 거죠
두 번째는 경제활동참가율입니다. 계절조정 기준으로 10월의 62.2%에서 11월에 62.1%로 또 떨어졌는데요. 7월 62.1%에서 8월 62.4%로 올라간 뒤 계속 하락세입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 공급이 빠듯하다는 뜻이기에 지금의 일자리 창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데요. 스티브 리스먼 CNBC 선임 기자는 “코로나19 이후의 노동공급의 구조적인 부족을 논의해야 한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이제 시장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연준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일 건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2월 기준금리는 지금까지의 예상대로 0.5%p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파월이 0.5%p를 재차 시사했고 11월 고용보고서는 데이터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인데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나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 같은 데이터가 놀랄 정도로 확 튀지만 않는다면 그 길을 유지할 겁니다. 안나 한 웰스 파고 증권 부사장은 “30일 파월 연설 이후 그저 하나의 데이터에 불과하다”고 했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28분 현재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0.5%p가 77%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보고서는 연준이 0.5%p 금리인상 궤도를 유지하게 한다”고 했죠. 0.75%p 카드는 매우 이례적인 카드이고 이제는 연준이 조절 모드에 진입했다는 점이 중요하겠습니다.
이 경우 임금 상승 문제가 크다면서 이렇게 가도 되느냐는 궁금증이 나올 수 있는데요. 큰 틀에서 연준은 계속해서 더 높이 가기보다는 높은 수준을 더 오래 가는 쪽을 선호한다는 큰 그림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높이보다는 더 오래라는 거죠.
기술적 조정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최종금리가 0.25%p 더 올라갈 수 있는 건데요. 로이터통신은 “CME 페드워치를 기준으로 보면 연준이 내년 5월 기준금리를 5.00~5.25%로 올릴 것 같다”며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4.75~5.00% 수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블룸버그도 트레이더들이 고용보고서 이후 12월 금리인상폭을 조절하기보다는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4.97% 정도로 0.1%p 올렸다고 전했는데요. 오전에 뜀박질하던 10년 물 국채금리도 결국 다시 내려가 3.504%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이번 고용보고서가 12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0.5%p로 낮추는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최종금리는 4.75~5.00%가 아닌 5.00~5.25%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즉, 처음에는 너무 강한 고용에 충격을 받았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12월 금리인상 폭도 그대로고 최종금리가 오르더라도 큰 틀에서 월가의 범위 내라는 결론이 가능한 거죠. 이 말은 그렇게 급락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결론을 낳게 하는데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도 되레 전날보다 4% 넘게 하락한 19.03을 기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겁니다.
지금까지 ‘3분 월스트리트’는 유력한 최종금리로 5.0~5.5%를 제시했습니다. 반면 일부 월가 관계자들은 이보다 낙관적이었는데 이들 입장에서 0.25%p 정도 올라가 5.00~5.25%가 됐다는 거죠. 그래도 예상 범위 안인데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9월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약간 더(slightly higher)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별도로 고용 보고서 이후 프론트 로딩(front loading)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긴 하죠. 내년 2월에도 0.25%p가 아닌 0.5%p 카드를 선택하는 건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후3시36분 기준 0.5%p 가능성이 45.2%로 0.25%p 확률(45.4%)과 엇비슷합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0.25%p를 계속할 것 같지만 내년 연초에 0.5%p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다만, 이것은 가능성으로 내년 2월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CPI 같은 주요 지표가 나올 때마다 충분히 급변할 수 있습니다.
이날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하긴 했지만 결국 시장은 12월 금리인상 규모가 같고 최종금리가 0.25%p 정도 올라가는 수준이라면, 또는 자신의 기존 예상 범위 내라면 12월 CPI가 핵심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마이크 배일리 FBB 캐피털 파트너스의 리서치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파월의 발언 이후 편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좋지 않은 시점에 나온 안 좋은 보고서”라면서도 “시장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에 나올 CPI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0.5%p라고 하더라도 이를 얕잡아보면 안 됩니다. 강한 고용과 끈적이는 인플레이션은 연준을 최종금리에서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경기침체로 갈 확률이 높아지는데요.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티파니 윌딩은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침체가 필요할 것 같다”고까지 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도 “침체가 온다면 그게 얕고 짧을 것이라고 속단하지 마라”고 재차 경고했고, CNBC는 “골디락스로 가는 길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했는데요.
증시를 놓고 보면 고용보고서 이후의 전망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옵니다. 마이클 아론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 전략가는 “나는 고용보고서가 연말 랠리에 리스크를 얹었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자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며 이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계속 고착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연준이 비둘기파적이라기보다는 매파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주식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는데요.
프라이빗 웰스의 CIO 제이슨 프라이드는 “고용보고서는 경기둔화가 진행 중이라는 느낌을 연준에 주지 않는다”고 봤고, CNBC는 “11월의 강한 고용보고서가 연준을 압박하고 12월 랠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했죠.
정반대의 해석도 있습니다. 브라이스 도티 싯 인베스트먼트 어소시에이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오늘 하락을 사는 게 맞다”며 “시간당 임금 상승이 처음에는 투자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지만 파월은 12월에 0.5%p만 하기로 했으며 사람들이 저축을 빨리 소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일하러 나와야만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13일에 나올 11월 CPI가 증시의 단기 방향을 정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1월 CPI가 확 좋아졌는데 고용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증시가 안 오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요.
아직 거리가 있어 전월 대비 전망치뿐이지만 이날 블룸버그 집계 기준으로 11월 CPI는 전월 대비 0.3%로 10월(0.4%)보다 약간 낮을 것으로 나옵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은 0.3%로 전달과 같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추정인데요. 이보다 앞서 9일에 나오는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7.2%로 10월(8.0%)보다 0.8%p 하락하고 전달과 비교하면 0.2%로 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년 대비 근원 수치도 5.9%로 10월(6.7%)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죠.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 파고가 투자은행(IB) 직원 보너스를 최대 30%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일텐데요. 확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경기둔화의 징조가 쌓이는 듯합니다. CPI가 나올 때까지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잘 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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