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예·적금 등 금융자산 규모가 10억 이상인 ‘신흥부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 한 지난 해말부터 부동산 투자 대신 예금과 적금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2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9일까지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만 20세 이상 개인 400명을 대상으로 개별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정의한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국내에는 42만4000명의 부자가 있다. 이는 전년대비 8% 늘어난 수치다. 다만 2020년(10.9% 증가)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줄었다. 부자들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인 55%를 아파트 등 부동산 자산으로 채웠다.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부동산 자산 규모는 2351조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4.7% 증가한 수치로 시장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자산 가격도 함께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금융자산 비중은 38% 수준이다. 부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부동산 자산을 줄여나가고 있다. 부자가 보유하는 자산 중 거주용 부동산 비중은 27.5%로 가장 높았는데 전년 29.1%와 비교하면 비중은 줄었다. 대신 금융자산 비중은 전년대비 1.6%포인트, 예적금 비중은 전년대비 1.4%포인트 늘었다. 연구소는 “2021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과 주택경기 냉각, 주식시장 침체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 성향에서도 올해 한국 부자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안정지향적인 투자 성향이 강해졌다. 투자 원금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 하고 예적금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안정 추구형’과 ‘안정형’ 비중의 합이 46.6%에서 50.6%로 늘어났다. 수익 역시 안정적인 채권과 보험을 통해 실현했다. 지난 1년간 부자들 중 채권이나 만기환급형 보험 투자에서 수익을 경험한 경우는 손실을 경험한 경우보다 3.2%포인트, 8%포인트 씩 많았다. 주식에서는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37%로 수익을 경험한 이들보다 14.7%포인트 높았다.
2021년 기준 부자 중 절반 가량인 45.1%는 서울시에 거주한다. 경기도에는 9만4000명, 인천에는 1만3000여 명이 살고 있어 전체 부자의 70.3%가 수도권에 집중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애서는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3구에 사는 비중이 높았다. 덕분에 거주용 부동산에서 투자를 경험한 경우가 42.5%로 손실을 경험한 경우(1.5%)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