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프로 신작을 지난달 30일 국내 출시했다. 아이패드 프로는 최저 124만 9000원으로 웬만한 노트북 뺨치는 가격의 모델이다. 과유불급이라 생각해 보급형 모델인 아이패드를 선택했다.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웹서핑, 노트필기 등 지극히 일상적인 작업에 집중해 체험해 봤다
이번 아이패드 10세대는 전작 대비 80% 향상된 머신러닝(ML) 기능을 자랑한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능도 각각 20%, 10%씩 개선됐다. ML이 크게 개선된 만큼 체감되는 장점도 많았다. 예컨대 사진 속 텍스트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그대로 집어넣고 싶다고 치자. 이번 아이패드에서는 사진 속 텍스트를 정확히 인식해 복사하고, 이를 파워포인트(PPT)에 손쉽게 붙여넣을 수 있다. 아이패드가 알아서 글씨체, 글자 크기, 자간까지 다 자동으로 PPT 설정에 맞추기 때문에 별도로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전면 하단의 홈버튼이 사라지고 상단에 ‘터치 ID’가 적용된 점도 큰 변화다.
부대 액세서리 ‘매직키보드 폴리오’도 사용성을 극대화한다. 매직키보드 특유의 쫀쫀한 타건감을 충실히 구현한 것은 물론, 기본 아이패드용으로는 최초로 트랙패드를 추가한 덕분에 맥북에서의 작업 경험을 아이패드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됐다. 38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은 큰 걸림돌이지만 말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같은 장점들을 구형 애플펜슬이 가려버린다. 아이패드 10세대는 여전히 2015년산 애플펜슬 1세대만을 지원한다. 1세대는 무선 충전을 지원하지 않아 무조건 유선으로 충전해야 한다. ‘에어팟’ 등으로 무선 트렌드를 선도해왔던 애플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조금은 의아하다.
더 큰 문제는 애플펜슬 충전 단자는 8핀, 아이패드는 C타입으로 서로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패드에 애플펜슬을 충전시키기 위해선 어댑터가 필수다. 휴대성이 가장 큰 장점인 아이패드에 이같은 번거로움이 더해진 건 치명적이다.
가격도 최저 67만 9000원으로, 전작 9세대(44만 9000원)보다 50% 이상 비싸다. 여전히 낮은 가격 축에 속하긴 하지만 ‘킹달러’ 효과를 고려해도 인상 폭이 너무 크다는 평가다.
색상도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10세대 색상 4종 중 3종이 블루, 핑크, 옐로의 화려한 원색이다. Z세대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하지만, 9년 전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아이폰 5c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건 왜일까.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