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선물세트'의 대명사 주스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으로 주 고객층인 아동 인구가 감소한 데다 건강 트렌드가 확산하며 당류를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다. 국내 음료 기업들은 주스 대신 저칼로리 탄산 음료를 키우는 등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수정에 나서고 있다.
4일 한국농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7년 7429억 원에 달하던 국내 과채음료 시장규모는 지난해 6432억 원으로 13% 줄었다. 올 상반기 역시 3151억 원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과채음료 시장 1위는 '델몬트' 브랜드를 전개하는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올 1~3분기 전체 음료사업 매출이 12% 늘어날 때 주스 카테고리는 9% 역신장했다.
주스는 1970년대 고급음료로 불리며 국내 음료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2003년 출시한 '델몬트 망고'는 목표보다 16배나 많은 연매출 1000억 원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높은 당 함량 탓에 건강에 해로운 음료로 인식되며 시장이 갈수록 꺾이고 있다. 또 과거보다 오렌지와 망고 등 수입 과일 가격이 저렴해지며 대중화된 것도 주스 시장 침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만의 주역으로 꼽히던 탄산음료는 부흥기를 맞았다. '코카콜라 제로'와 '펩시 제로' 등 당 함량을 줄이거나 없앤 저칼로리 탄산음료가 재도약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펩시제로 라임'은 출시 1년 9개월만에 250㎖ 환산 기준 누적 판매량 4억 5000만캔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기업들도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제주도 감귤주스 공장에서 매입하는 감귤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대신 칠성사이다와 펩시뿐 아니라 밀키스 등에도 제로슈거를 도입하며 저칼로리 라인을 늘릴 예정이다.
LG생활건강 역시 저칼로리 탄산음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 1~3분기 코카콜라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12% 증가할 때 저칼로리 코카콜라 매출은 31% 늘었다. 이에 주스 브랜드인 미닛메이드보다 저칼로리 탄산과 '파워에이드 프로틴'과 '토레타 락토' 등 영양성분을 추가한 음료 라인업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초록매실' 등 주스 매출 비중이 높은 웅진식품은 2015년 탄산수 '빅토리아'를 출시하며 리스크를 줄였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스 시장이 완만하게 줄어왔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이 대응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라며 "수출을 공략하기도 어려워 시장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