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지역 연구개발(R&D) 혁신으로 지방소멸 막아야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선진국 산학연·지자체 '원팀' 이뤘듯
韓도 지역특화 R&D생태계 구축으로
사업화·창업·인재양성서 시너지 발휘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11월 15일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2011년 70억 명을 돌파한 후 11년 만에 10억 명이 늘어난 것이다. 세계 인구는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대한민국 인구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49년 이후 지난해에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최근 저출생, 고령화, 지방 소멸이 미래 핵심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지만 청년들은 계속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이들이 떠난 지방은 줄어드는 인구에 노인들만 남아 도시 유지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30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다. 일례로 국내 50대 기업 본사의 92%, 1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93%가 수도권에 소재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가 다양하게 제공되는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청년들에게는 미래 해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년들도 고향을 떠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듯하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대도시인 부산의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10명 중 8명이 부산에서 취업하고 싶지만 낮은 임금으로 인해 고향을 떠난다고 답했다. 기업의 실제 임금과 구직자의 희망 임금 격차는 400만 원이었다. 결국 지방 소멸의 최우선 과제는 ‘어떻게 지역 산업을 발전시켜서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정부출연(연)은 전국 각지에 60여 개의 지역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 조직들은 우수한 연구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주력 산업의 애로 기술을 해결하고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지역 산업의 혁신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개소 10주년을 맞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의 경우 지난 5년간 기술 지원을 받은 지역 중소기업들이 비용 절감, 재투자, 매출 증대 등으로 얻은 효과를 경제적 성과로 환산하면 8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출연(연) 지역 조직 운영의 모범 사례다.


이러한 지역 연구개발 활성화를 통한 지역의 혁신 역량 강화는 우리만의 숙제는 아니다. 미국은 2022년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지역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지역기술혁신허브’를 지정해 1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럽에서는 ‘스마트전문화연구혁신전략(RIS3)’을 수립해 지역 연구개발 생태계를 강화하고, 지식 기반 자본의 적극 투자를 통해 유럽 각 지역의 침체된 경제를 극복하고 지역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는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주도하에 산업 융합 및 혁신 체계를 갖춘 5개 ‘슈퍼클러스터’를 선정해 5년간 약 1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 각국의 지역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기업·대학·연구기관·지방자치단체가 협력과 연대를 통해 연구개발, 사업화, 창업, 인재 양성 등을 통합적·거시적으로 연계해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분야별로 분절되고 단기적인 일회성 정책으로는 생태계 구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방 육성 정책의 중심이 중앙정부 주도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평적 협력 관계로 재구축돼야 한다. 둘째,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산과 역량에 기반한 주력 산업과 특화 산업을 명확히 구분해 연관된 지역 연구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고 셋째, 이 생태계를 중심으로 지자체, 기업, 대학, 출연(연) 지역 조직 등 지역 혁신주체들이 원팀이 돼 지역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의 명운(命運)이 달린 문제다. 지방이 소멸하면 수도권도 붕괴되고 이러한 도미노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 붕괴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시작하면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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