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정부가 우려했던 ‘임금·물가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대인플레이션을 바탕으로 근로자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이에 임금 인상을 다시 요구한다는 이론이 증명된 셈이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임금 흐름에 대한 평가 및 가격전가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임금·중간재 비용 등 한계비용의 가격전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먼저 제조업은 임금 10% 상승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에 미친 영향이 2013~2020년 0.1%에서 2021년 1분기~2022년 2분기 2.0%로 대폭 확대됐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은 1.6%에서 3.0%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번 경기 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임금 상승은 중간재 수입비용, 경쟁국 가격 등과 동반 상승하면서 기업의 가격전가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비용이 중간재 수입비용, 경쟁국 가격과 함께 상승한 것은 과거 경기 회복기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 현상이라는 평가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노동비용이 상승한 반면 중간재 비용과 경쟁국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임금 뿐만 아니라 중간재 비용의 생산자물가 전가율도 상승했다. 제조업은 중간재 비용 10% 상승이 생산자물가에 미친 영향이 5.3%에서 8.2%로 상승했다. 제조업은 경쟁국 가격 요인도 예전보다 강화되면서 생산자물가에 끼친 영향이 0.1%에서 0.2%로 확대됐다. 서비스업도 중간재 비용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 0.5%에서 0.7%로 소폭 상승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전가율 상승은 노동비용과 중간재 비용이 동시 상승하면서 기업의 가격 전가가 강화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다만 향후 중간재 수입물가가 안정될 경우 임금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은 2021년 수준으로 다시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