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압꾸정' 오나라, 대체불가 배우가 된 이유

영화 '압꾸정' 배우 오나라 / 사진=쇼박스

한 분야에서 대체불가가 되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배우들 속에서 오나라가 가진 특기는 얄미워도 싫지 않은 인물을 그리는 것. 그는 자신만의 뚜렷한 연기 신조로 영화 ‘압꾸정’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압꾸정’(감독 임진순)은 타고난 말빨의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이 한때 잘나가던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를 만나, 압구정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뷰티도시로 만드는 코미디 영화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로 화제를 모은 마동석이 이번에도 주연과 기획, 제작을 맡았다.


‘압꾸정’을 통해 마동석 사단에 합류한 오나라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촬영할 때부터 배우들끼리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거침없이 애드리브를 하며 도전을 거듭했다. 한방을 노리기보다 관객들이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을 수 있는 작품을 목표로 했고, 완성본을 본 뒤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아끼는 작품이라 개봉하는 게 아쉬워요. 소중한 보물을 숨겨두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지루하거나 졸리지 않고 계속 웃음이 있는 영화가 완성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하지만, 나머지는 관객들에게 맡기겠습니다.”(웃음)



영화 '압꾸정' 스틸 / 사진=쇼박스

처음부터 출연에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다. 성형이 소재인 작품이라 여배우에게 시선이 갈까 봐 부담스러웠다. 시나리오를 차분히 분석하니 성형이 중점이 아닌, 랜드마크인 압구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 재미를 느꼈다.


“오히려 할 말이 많을 거 같더라고요. 성형 비포 앤 애프터, 메이크오버 쇼 같이 유행했던 걸 작품에 잘 녹여내서 센스 있다고 생각했어요. 성형외과에서 떠돌던 얘기들을 가볍게 녹여내고, 어느 누구 상처받는 것 없이 잘 표현해서 거부감이 없었죠.”


오나라가 연기한 미정 역은 화려한 입담과 외모로 압구정을 주름 잡는 인물. 여자 대국이라고 할 만큼 압구정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인맥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대신 대국이 큼지막한 일을 꿰고 있다면, 미정은 세세한 정보를 수집한다. 두 사람은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정작 속내는 모른다.


“제가 만든 전사로 미정은 경기도에서 살았던 여자예요.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라면서 서울에서 잘나가는 사람을 동경하고, 결핍이 있던 사람이죠. 성공에 목말라있었던 거죠. 타고난 언변이 좋고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데 특기가 있어요. 그런 걸 기본 중심을 잡았고, 감독님도 좋은 접근이라고 하셨어요.”




배우들과 호흡은 탁월했다. 캐릭터 간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었기에 만족스러웠다. 임 감독을 비롯해 마동석, 정경호는 마음껏 놀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줬고, 그럴수록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가 많은 것을 내뱉을 때마다 마동석이 다 받아줬고, 돌아오는 게 신선했어요. 이 템포와 그루브는 느껴보지 못한 거거든요. 마동석 특유의 호흡이 있어요. 이래서 ‘마동석 마동석 하는구나’ 싶었죠. 마동석 개그가 왜 독특한지 알았어요.”


“정경호는 리액션이 정말 좋아요. 제가 뭘 해도 빵빵 터져주고 다 흡수해 주니 신이 나더라고요. 초인적인 힘이 나서 많은 아이디어가 난무했어요. 새롭게 안 사실은 정경호와 같이 예능 홍보 활동도 다녔는데 둘이 예능 호흡이 잘 맞아요. 그러면서 요즘 돈독해졌어요.”(웃음)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SKY 캐슬)’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오나라는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가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최근에는 코미디 영화 ‘장르만 로맨스’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인정받았다. 청룡영화제에 처음 초대받은 그는 수상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가, 이름이 호명되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


“저는 아이브와 지코를 봤다는 마음으로 영화제를 즐기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이름 불려서 놀랐어요. 객석에서 무대에 올라갈 때까지 소리가 안 들렸어요. 김혜수 선배님이 좋은 소리를 해줬는데 몰랐어요. 그걸 다음날에 알고 정말 감사드렸죠.”


오나라의 코미디 감각은 예능까지 이어졌다. 고정으로 출연한 tvN ‘식스센스’ 시리즈에서 그의 활약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웃겨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우리끼리 노는 것”이라며 “다만 나만 실없이 마냥 웃기려고만 하지 않는지 돌아본다. 뚝심은 있어야 한다”고 신조를 밝혔다.


연기도 일맥상통한다. 가짜 연기를 싫어한다. 최근에 특별 출연했던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나 무용과 나와서 무시당할까 봐 (연기) 공부 열심히 하는 거 알지?”라는 대사는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애드리브다.


“제가 연극영화과를 나온 연기 잘하는 배우와 붙었을 때 할 줄 아는 게 뭘까 했는데 진정성과 인간미라고 생각했어요. 진심을 갖고 진짜를 연기했더니 미운 역할이라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대표적인 게 ‘스카이 캐슬’이었고요.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공감해 주고 제일 인간적인 인물이라는 평도 해줘서 굉장히 보람 있는 순간이었어요.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비슷한 캐릭터가 반복되며 소비되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예능 출연도 잦지 않았지만 큰 임팩트가 많은 것을 가린다. 하지만 ‘오나라만 할 수 있다’며 찾아주는 작품을 마다할 수 없다.


“저를 사랑해 주고 제가 필요하니까 불러주는 거잖아요. 뒷일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거니까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만족이 되자는 생각이에요. 사람이 남아야 하는 거잖아요.”(웃음)


이렇게 오나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체 불가 영역을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늘도 사는 게 즐겁다.


“절 보고 행복해하는 게 좋아요. 눈빛을 보면 애정이 있다는 걸 알거든요. 살면서 힘든 일이 왜 없었겠어요. 상처받고 배신당한 것도 있었지만 결국 돌아보니 제가 한 연기를 보고 기뻐해 주고 좋은 말을 해주면 동기부여가 됩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