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5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수교 30주년을 맞은 점을 강조하며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국제사회에 중국과 인도·러시아에 이어 베트남의 최우방 국가라는 점을 알렸다.
더욱 긴밀해진 양국 관계는 이날 윤 대통령이 보인 환영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선 푹 주석을 청사 앞 잔디 마당으로 나가 직접 영접했다. 의장대는 푹 주석의 방문에 맞춰 예포 21발을 쏘고 애국가에 앞서 베트남 국가를 연주했다. 윤 대통령의 첫 국빈으로 방한한 푹 주석을 영접하는 자리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경제 내각과 김대기 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모두 나와 환영했다.
한국은 남북 베트남이 통일된 1975년 잠시 단교했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베트남 선수단이 참여하면서 관계가 재개됐고 1992년 다시 수교를 맺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첫 국빈으로 푹 주석을 초청할 정도로 지난 30년간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긴밀해지고 있다. 1992년 5억 달러에 불과하던 양국의 교역 규모가 2021년 기준 807억 달러로 161배 성장한 점만 봐도 한국과 베트남의 밀접해진 관계를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아주 귀한 손님을 맞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푹) 주석님은 저의 첫 국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우리의 4대 교역 대상국으로 한국은 베트남 내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며 “양국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준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푹 주석도 “양국 수교 30주년 계기를 맞춰서 아름답고 친절한 대한민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초청해 준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연대해서 역내 평화와 번영을 키워 나가는 것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푹 주석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격상 이후에 양국이 유수한 파트너가 됐고 날로 강화되는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의 양자 협력을 크게 증진시킬 여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푹 주석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한·베트남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며 양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와 국방, 역내 전략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데 함께 협력할 것”이라며 “기존 외교안보 전략대화의 효과를 높이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국은 양국의 협력을 경제안보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역내 해양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베트남의 해양법집행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베트남과의 방산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푹 주석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밝힌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고부가가치 산업과 디지털 영역에 이어 첨단산업의 원료인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내세운 디지털 협력 및 인프라 구축과 일맥상통한다.
윤 대통령은 공동선언을 통해 “베트남은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의 핵심 협력국”이라며 “역내에서 자유·평화·번영을 꽃피우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은 늘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에 풍부한 희토류 개발과 관련해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며 “호혜적인 공급망 구축과 함께 금융·정보통신·첨단기술·인프라·에너지 분야의 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푹 주석도 “양자관계와 역내 정세에 대해 적시에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푹 주석은 북핵 위협에 대해 한국과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로 합의했다. 베트남은 북한과 1970년 수교를 맺었고 현재 형식적인 우방국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은 역내 가장 시급한 위협”이라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견인하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은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고, 푹 주석은 “대화와 협력, 그리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서 역내 평화와 안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