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 한파에 이어 투자 부문에까지 혹한이 닥쳐오고 있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내년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이 10%,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이 38%에 달했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52% 중에서도 투자 축소(19.2%)가 확대(13.5%)보다 많았다. 투자 확대가 어려운 이유로는 금융 시장 경색 및 자금 조달 애로(28.6%), 원·달러 환율 상승(18.6%), 내수 시장 위축(17.6%) 등을 꼽았다. 자금난과 불투명한 경제 상황 등이 투자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나 감소해 두 달 연속 역성장했다. 10월 전 분야 산업생산지수(115.4)는 전달보다 1.5% 줄어 3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고 소매판매액지수는 120.4로 0.2% 하락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실물 경기 하강은 최근 한국은행에서 제시한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7%에 불과할 정도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심리마저 얼어붙는다면 저(低)투자-저성장-저고용의 악순환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꽁꽁 얼어붙은 기업 투자 심리의 해빙을 위해 군불 때기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 현장의 고통 호소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설문에서 기업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24.6%), 자금 조달 시장 활성화(22.0%), 기업 규제 완화(14.7%), 법인세 감세 및 세제 지원 강화(13.7%) 등을 요청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려면 우선 ‘신발 속 돌멩이’ ‘모래주머니’ 등으로 불리는 기업 규제들을 제거해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무역의날을 맞아 “수출 최일선에서 뛰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금융·외환시장 안정과 규제 혁파, 노동 개혁, 세제 개혁 등 복합 처방으로 기업의 투자 환경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