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화물연대 총파업 지지를 위해 전국 15곳에서 집회를 열고 연대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달 동투(冬鬪) 시작 당시와 비교하면 투쟁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연대에 나섰던 지하철·철도 파업이 철회되고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동투 참여 사업장들이 임금·단체협상 타결로 투쟁 대열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을 고수하면서 파업 현장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화물차주도 늘고 있다.
6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이날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 앞을 비롯해 전국 15곳에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은 화물노동자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권에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자”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 참여자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촉구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국회 처리도 이날 총파업·총력투쟁대회 구호 중 하나였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추산 2만여 명이 모였다. 지난달 12일 서울에서만 9만여 명이 모인 전국노동자대회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당초 동투 일정에 없던 일정을 급하게 추진한데다 지난달 12일 대회에 참여했던 노조들의 임단협이 잇따라 타결되면서 참여 명분이 사라졌다. 병원·학교·지하철·철도 노조는 이미 파업을 철회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동투의 분수령 중 하나였던 현대중공업그룹사 노조도 이날 임단협에 잠정 합의하고 파업을 유보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도 이날 기본급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다만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과 전국건설노조가 동조 파업을 결정한 것은 변수다. 두 단체 조합원은 각각 9만여 명, 2만5000여 명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에 총파업을 먼저 풀어야 대화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앞세운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13일째인 화물연대 총파업 기세도 한풀 꺾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파업에 참여한 차주는 일감으로 벌이가 결정되기 때문에 파업과 생계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할 처지다. 정부의 운송개시명령 위반도 차주에게 큰 부담이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운송사 7곳과 화물차주 45명을 조사한 결과 운송사는 모두, 화물차주는 45명 중 43명이 업무를 재개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점도 총파업 동력이 약화되는 요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현장 조사에 나섰고 건설 업계는 화물연대에 손배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추가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만지고 있다. 항만, 건설 현장, 주유소 등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피해 범위가 확산돼서다. 정부 추산 3조 원이 넘은 피해 규모가 앞으로 커질수록 화물연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해결할 열쇠는 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쥐었다. 정부가 6월 화물연대 총파업처럼 요구 조건을 수용한다면 총파업의 전격 철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현 대응 기조로 볼 때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화물연대는 정부보다 더불어민주당이 나서 안전운임제 연장을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올해 처리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올해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면 일몰제에 따라 안전운임제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 개정안을 단독 상정해 심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과 협의 없이 이 법안을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