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국가와 기업이 늘어나는 등 저탄소 전환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상과 다르게 지구의 기온 상승 폭은 2.7도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목표인 1.5도를 훨씬 웃돈다. 특히 기후변화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곳은 ‘프런티어’ 시장이다. 이들은 신흥시장 중에서도 경제 규모와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기후변화 대비가 미흡하다.
이처럼 탄소 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공정 전환(Just Transportation)’이다. 공정 전환은 탈탄소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 또는 산업의 전환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화석연료 기반 사업에 의존하는 노동자가 탈탄소 전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뜻한다.
사모 투자자의 대다수는 공정 전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탄소 발생을 줄이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기회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슈로더는 이를 위해 세 가지를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단순히 탄소 배출량 감축보다는 변화하고 있는 기후 환경에 맞게 사회적 인식과 적응 체제를 바꾸는 ‘기후변화 적응’을 약속해야 한다. 이 전략은 2021년 글래스고 기후 합의에서 ‘이미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 정의한 바 있다. 둘째, 기후변화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금융 상품과 보험 상품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의 피드백을 통해 상품의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는 데 노력했으나 이제는 기후 변화 적응에 주목할 때다. 최근 종료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기후변화 피해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금융 지원 대책을 수립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혁신적인 기후 변화 적응 전략 중 하나는 새로운 기후 보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신흥시장에 특화된 임팩트 투자를 통해 저소득 가정, 영세·중소기업이 이상기후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맞춤형 기후 보험의 보급을 지원할 수 있다. 그 예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카시프재단은 스위스의 임팩트 투자 회사 블루오차드 파이낸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가축 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대출자의 젖소가 아프거나 죽을 경우 대출 상환 비용을 보장하며 가뭄·홍수·질병 등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소규모 농부들의 생계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슈로더는 향후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흥국은 세계 인구 분포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비에 취약한 신흥국의 장기적인 회복력 보장과 기후변화 영향력 아래 놓인 개개인의 적응을 돕는 역할이 중요하다. 사모 투자자들이 이를 투자에 고려하는 것은 공정 전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