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청화백자 화장품 합(盒·뚜껑있는 그릇) 10여 점과 청동거울, 빗 등이 출토됐다. 무덤의 주인은 조선 영조의 딸 화협옹주(和協翁主·1733~1752). 사도세자의 친누나다. 당대 영의정 집안으로 출가했으나 스무살에 홍역으로 요절했다. 묘지석에는 영조가 직접 지은 ‘기품은 침착하고 맑았으며 어버이 모시기를 정성으로 했다… 한 줄 기록하는데 눈물 열 줄기가 흘러내린다. 슬프구나!’라는 문구가 적혔다.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경기도 남양주시 삼패동에 위치한 화협옹주의 무덤을 발굴해 조선 왕실에서 사용했던 화장품과 용기를 비롯한 47건 93점의 유물을 수습했다.
약 270년 전의 왕실 화장품이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국립고궁박물관이 화협옹주 묘에서 나온 화장품과 화장도구 등을 분석해 개발한 ‘화협옹주 도자 에디션’을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두 기관은 지난 2020년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화협옹주 무덤에서 나온 화장품을 모티브로 한 현대식 화장품을 연구·개발해왔다. 지난해 선보인 보습용 핸드크림, 입술 보호제에 이은 세 번째 출시 제품은 ‘화협옹주 미안고(美顔固)’와 ‘미안자기(美顔瓷器)’다. 미안고는 보습을 위해 얼굴에 바르는 연고(밤·balm)형 화장품으로, 동백나무씨와 당호박씨 기름, 쌀겨기름 등 전통 재료를 더한 제품이다.
새하얀 도자기에 푸른 색으로 모란꽃 등의 문양을 넣은 용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굴 유물의 청화백자 문양을 참고해 전통문화대 이정용 교수팀이 디자인했다. 손에 쥐고 사용하는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미안자기’는 얼굴을 마사지하는 도구(괄사)인데, 역시나 청화백자로 제작됐다.
전통문화대 측은 “조선 왕실 화장품을 ‘K뷰티’로 되살려냈다”면서 “고풍스런 청화백자로 제작된 용기를 통해 200년 전 옹주가 사용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측은 “조선조 당시 화장품에 쓰였던 재료를 과학적·인문학적으로 연구한 성과를 담은 결과물”이라며 “전통문화와 공예의 조화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제품은 국립고궁박물관 문화상품 매장, 한국문화재재단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