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침체공포가 지속하면서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0.51%, 0.19% 떨어진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아주 소폭인 1.58포인트(0%) 올랐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43%대까지 떨어졌고 30년 물도 3.44%선까지 내려가면서 10년과 30년 금리가 거의 같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달러인덱스도 104.9대까지 하락하면서 침체 우려가 컸는데요.
종목별로는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카바나가 무려 42.88% 폭락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전쟁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필요하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요. 캐나다 중앙은행인 0.5%포인트(p)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인상작업이 끝났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침체 얘기와 최근의 미국 부동산 상황, 증시 전망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경기둔화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시장 상황부터 알아보죠. 부동산 임대 정보 업체 리얼페이지에 따르면 11월 미 전역의 신규 아파트 임대료가 0.59% 하락해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4월과 5월을 빼면 2010년 이후 세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특히 11월까지 3달 연속 마이너스라고 하는데요.
제이 파슨스 리얼페이지의 경제 및 산업 헤드는 “일자리 증가가 탄탄한 기간에 신규 아파트 렌트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주택 수요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파트 신규 렌트의 지속적인 하락은 의미가 있는데요. 인플레이션, 그중에서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긍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CPI에서 렌트를 비롯한 거주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3%가량 되는데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신규 임대하락이 지속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전체 주택 관련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수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쉴러 전국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집값은 45% 폭등했는데요. 코로나19에 따른 신규 주택수요와 저금리가 결합한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임대료도 덩달아 뛰었는데요. 시장금리 상승에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임대료가 뚜렷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중요한 건 내년에도 주택 가격하락을 점치는 곳들이 많다는 점인데요. KPMG는 내년에 -20%, 골드만삭스는 -7.5%를 점치고 있습니다. 국책 모기지 업체 패니 매는 2023년 -1.5%, 2024년 -1.4%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부동산 리서치·자문회사 젤먼&어소시에이츠는 몇 달 전 피크를 찍었던 주택가격이 2024년 후반기까지 최고점 대비 12%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존 번즈 부동산 컨설팅은 고점과 비교해 2024년 말 저점(고점 대비 -20%)을 예상하는데요.
전미부동산협회는 내년에 기존 주택가격이 1.2% 오를 것이라고 보지만 지속적인 금리인상 누적효과를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모기지 은행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채금리 하락에 지난 주 30년 만기 고정 국채금리가 전주보다 0.08%p 떨어진 6.41%를 기록했지만, 모기지 대출구매 지수는 3% 하락했습니다. 금리가 떨어져도 수요가 감소했다는 건데요. 월가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량이 확 줄었다. 매도자는 비싸게, 매수자는 싸게 사려고 한다”며 “내년되면 더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물류창고 등은 장기적인 전망이 좋지만 그런 물류마저도 10~15% 가격조정을 예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펀드런’ 조짐에 부동산 펀드 환매제한 조치를 내린 것도 전반적인 시장이 좋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크레디트 스위스 BREIT(Blackstone Real Estate Income Trust fund)의 분기 5% 환매제한이 2023년 3분기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월가의 한 기관투자자는 “시장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BREIT는 기관이 대상이 아닌 사모형태였는데 펀드에 엄청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부동산 가격이 고점 판단과 환차익(아시아 투자자)을 노린 환매수요가 몰렸던 것이다. 물류와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대상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며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에 가깝다”고 했죠.
스티브 슈워츠만 블랙스톤 CEO도 “BREIT는 다른 부동산 상품의 수익률을 능가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금리인상기, 경기침체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게 핵심입니다. 너무 과도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경계심은 가져야 한다는 건데요.
현재 전문가들은 부동산 침체가 2008년 상황이 아닌 두자릿수 인플레이션에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던 1980년대 초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더그 던칸 패니 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80년대 초에는) 사람들이 단순히 거래를 중단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컨트롤하고 이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거래가 살아났고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판단에는 모기지 대출의 대규모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신용점수 760점 이상의 고등급자들의 비중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50%에 못 미쳤지만 지금은 70% 가까이 됩니다. 20%p가량 증가한 건데요. 지금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연준의 긴축이 지속하는 한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고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2024년께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는 부동산 측면에서 봐도 내년에 올 수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연준에 의한 것이며 연준의 의지에 따라 전체적인 침체의 수준이 갈릴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침체가 오더라도 통화정책을 바꾸면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는 건데요. 부동산 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7%를 차지합니다.
다만, 침체가 클 수 있다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 타깃(2%)을 크게 웃도는 물가상승률에 내년에 침체가 찾아오더라도 재정과 통화정책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죠. 이는 더 큰 침체가 올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요. 침체 논쟁에서 꼭 기억해야 할 대목입니다.
어쨌든 경기침체 가능성에 관한 월가의 분위기는 확고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날 월가의 대형은행인 씨티도 경기침체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씨티 등 주요 대형 금융사들이 침체 쪽에 써는 꼴입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 CEO는 “명백히 모든 것이 둔화하고 있다”며 “주요 국가들이 침체 환경에 빠져드는 것을 보고 있으며 미국도 그들을 따라 내년 하반기에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수년이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 참석한 앤디 씨세레 US 뱅코프 CEO 역시 “미국 소비자들은 아직 건강하지만 경제가 경기둔화의 변곡점으로 가고 있다”며 “코로나19 때 축적한 초과저축은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의 말과 비슷한 맥락인데요.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는 “이제 우리는 더 오래 더 높은 금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시장은 본질적으로 또다른 인위적인 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월 침체 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 올스테이트의 CEO 톰 윌슨은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이라거나 중고차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아마도 약간 과열 상태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인플레 지속→더 오래 긴축→연준의 의도에 따른 침체발생’의 그림이 나오는 건데요. 이제는 많은 이들이 연준발 침체라며 더 노골적으로 연준을 비판합니다.
이 같은 침체 우려는 국채시장에서도 발견됩니다. 이날 오후4시10분께 3개월 물 국채금리가 4.3%로 10년 만기 3.416%를 0.88%p 이상 높은데요. 3개월과 10년 물의 금리역전은 월가에서 확실한 침체 징조로 보는 지표입니다. CNBC는 “격차가 이렇게 컸던 때는 폴 볼커 전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기 위해 경기침체를 유도했던 1980년 대 이후 가장 큰 것”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죠.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내년에 미국 경제가 경미한 침체에 빠지면서 실업률이 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6개월 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약 90%로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523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아폴로 글로벌 자산운용의 CEO 마크 로완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유동성 위기가 생겨 조달이 가능한 자본의 양이 감소했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단위의 긴축의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뜻일 텐데요.
물류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규모가 빠르게 급감하면서 중국에서 미 서부까지 가는 해상운임이 전년 대비 90%나 폭락했다고 하는데요. 해운사 HLS는 “우리는 처음에 시장이 2023년에나 자기조정을 거쳐 정상화할 것이라고 봤다”며 “하지만 그 시점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왔다”고 전했습니다.
컨테이너 운임정보업체 제네타는 11월 화물계약이 5.7% 감소, 3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는데요. 고객의 85%가 내년에 해운 화물을 줄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세스 카펜터는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위험은 하방 쪽에 있다”며 “경기침체의 정의가 나라별로 조금 모호할 수는 있지만 내년 글로벌 성장률은 2.2%에 불과할 것이며 미국은 0.5%, 유로존은 -0.2%, 중국은 5%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증시를 보죠. 이날 나온 지표를 보면 3분기 비농업 노동자의 생산성이 당초 연환산 기준 전분기 대비 0.3% 증가에서 0.8%로 뛰었는데요. 시장 전망치 0.6%를 웃돌았습니다. 올 들어 첫 증가세인데요. 1분기(-5.9%)와 2분기(-4.1%)에는 마이너스였습니다. 단위 노동비용 역시 2.4% 상승, 예비치(3.5%)보다 낮아졌죠. 1년 전과의 비교 수치도 6.1%에서 5.3%로 떨어졌습니다.
좋은 소식이지요. 하지만 절대적인 임금 상승률이 높습니다. 한계가 명확하다는 건데요. 이날 증시 하락을 막지 못한 이유죠. 콘래드 데콰드로스 브린 캐피털의 선임 경제 고문은 “단위 노동비용 상승률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타깃(2%)과 비교하면 너무 높다”며 “생산성과 비용 등이 향후 인플레이션 궤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는 상황 개선에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크구요. UBS는 “11월의 주식 랠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못 박았습니다. 1조3000억 달러의 운용자산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시장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며 더 떨어질 가능성를 제시했는데요.
그럼에도 증시가 좋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당장 모건스탠리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CPI 등 주요 데이터에 따라 랠리가 내년 초까지 갈 수도 있다는 입장인데요.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의 에드 크리스솔드 수석 미국 전략가는 “내년에도 거시적 역풍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약해진 미국 경제에 연준이 1분기에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으며 침체에 접어들면 기업 어닝이 급감하면서 상반기에 바닥을 찍을 수 있다"고 봤는데요. 이어 “하지만 금융위기가 아닌 한 가장 짧은 침체가 될 수 있어 연말에는 S&P가 4300으로 마감할 수 있다”며 “침체를 피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상반기 변동성이 더 작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침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보는 이들은 더 있는데요. 골드만삭스가 그렇고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 에드 야데니도 상황에 따라서는 침체를 피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는 “투자자들은 경제가 너무 강할 수도 있고 동시에 너무 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10년과 2년 물 국채금리를 보면 연준의 통화긴축 사이클이 거의 끝났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기침체가 임박했거나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날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은 바클레이스의 크로스 애셋(Cross Asset) 부문은 내년 S&P 타깃을 3725로 제시했는데요. 이날 S&P가 3933.92에 마감했습니다. 많이 오르면 4150까지는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바닥은 3400~3500선을 시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BNP파리바는 지난 100년 간의 시장 상황을 토대로 내년에 증시가 항복(capitulation)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전형적인 침체 약세장은 1년 반가량 지속하며 대략 38% 하락하고 변동성 지수(VIX)가 40.5에서 평균을 친다는 게 BNP파리바의 분석입니다. 이를 적용하면 내년 중반에 S&P가 3000선까지 가고 VIX가 40선 초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죠.
계속 말씀 드리지만 산타랠리는 결국 13일에 있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정할 듯합니다. 최근 커뮤니케이션 문제, 즉 가까이는 지난 달 말에 있었던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의지를 잘못 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파월 의장이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무슨 말을 할지도 중요하긴 한데요.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1차로 CPI가 나올 때까지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겠습니다. 데이터에추가로 앞으로는 파월 의장의 진짜 속내가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도 커질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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