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상하이 봉쇄를 계기로 새롭게 주목 받은 영어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소문자로 시작하는 동사 상하이(shaghai)였다. 도시 이름 상하이에 동사가 있었다고? 영어 사전을 찾아보시라. ‘폭력·마약·술 등의 억지 수단으로 배에 끌고 가서 선원으로 만들다’ 또는 ‘억지로 강제하다’는 뜻이 나온다.
동사 상하이, 즉 “상하이하다”는 뜻이 생겨난 데는 백 년이 넘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상하이가 근대도시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아편전쟁의 결과 1842년 체결된 난징조약이다. 당시 중국과 자유로운 무역의 활로를 열고 내지로 진출하고자 했던 영국은 난징조약으로 상하이를 비롯한 5개 항구의 개항을 이끌어냈다. 이후 상하이에는 영국·프랑스·미국 등 서구의 조계지가 형성되고 원양 선박의 왕래가 급증했다. 여기에 양쯔강을 통해 내지로 왕래하는 선박이 가세하자 작은 어촌이었던 상하이는 수십 년 만에 ‘동양의 파리’ ‘모험가의 낙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항구도시로 급성장했다.
문제는 급증하는 선박에 필요한 노동력, 즉 숙련된 선원의 부족에 있었다. 부두에서 술을 마시다 마약 등에 취해 선박에 끌려가 강제로 선원 계약서에 서명하고 노예처럼 바다로 떠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나라에도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상하이는 이렇게 납치된 선원을 실은 선박이 몰리는 대표적인 항구가 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시 상하이에 ‘억지로 배에 끌고 가 선원으로 만든다’는 뜻의 동사가 생겨났다. 일본 소설가 하세가와 가이타로(1900-1935, 필명 ‘다니 조지’)의 소설 ‘상하이된 남자(上海された男·1925)’도 외국 선박에 납치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상하이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확산 중이다. 한때 봉쇄가 풀렸던 상하이에 다시 부분적인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봉쇄 말고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도 등장했다. 부디 상하이에 “도시를 강제로 봉쇄하다”는 뜻이 더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