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노사가 지난주 극적 합의에 도달했다. 밤샘 협상으로 파업 일보 직전에 타결해 국민의 교통과 운송 대란에 대한 우려를 덜어줬다. 특히 철도공사 노사는 이미 조정 절차를 거쳤으나 파업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례적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다시 조정을 신청해 합의의 걸림돌로 남아 있던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혔다. 이러한 성과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미국과 대비된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도 철도노조 파업 위험에 직면했지만 우리와 달리 노사 합의에 실패해 대통령과 여야가 합의로 법을 통과시켜 파업을 막았다. 물류 마비와 물가 급등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컸기 때문이다.
대화와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으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니고 개인사업주 단체인 화물연대는 파업이라며 집단으로 업무를 거부하고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를 총파업으로 키우려 한다. 국민경제가 위협받자 정부는 파업 철회를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법에 따라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다. 어떤 분쟁이든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문제는 협상과 조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분쟁 해결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고 억지로 협상을 벌여 합의에 도달한다고 해도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가는 노동분쟁 해결의 규칙을 만들고 정부는 당사자들에게 조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사회에는 언제나 갈등이 있고, 국가는 갈등이 분쟁으로 악화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한다. 신뢰가 높은 국가는 노동분쟁이 적고 협력이 잘되기에 소득 수준도 높다.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는 법치주의다. 법치주의 확립은 노동관계의 안정과 발전에 기초가 된다. 경제사회 환경이 변화하면 노동관계도 달라지기에 시대가 바뀔 때 분쟁이 많아진다. 산업혁명으로 농업에서 제조업 시대로 변모할 때 노동분쟁이 폭발했던 이유다. 법·제도가 환경 변화를 수용하고 당사자들이 그 틀 속에서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뒷받침하게 되면서 노동관계는 평화를 유지하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양상의 갈등이 등장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노동의 성격이 사람마다 다르고,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며, 근로자이면서 사업주인 사람도 많아진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노동분쟁 해결 시스템도 고도화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갈등이 분쟁으로 악화하고 해결이 지연되면서 당사자들은 물론 사회 전체의 손실도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선진국의 동향을 보면 디지털 시대의 노동분쟁 해결 시스템은 정보통신기술까지 활용해 이를 보다 신속하게 해결하고 동시에 분쟁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해결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노사 자치의 영역이 커지고 협상에 기반한 새로운 분쟁 해결 방식의 도입이 활발해진다.
세계 각국은 노동분쟁 해결 시스템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안적분쟁해결(ADR) 제도 도입이다. 쌍방 모두 피해가 크고 관계만 악화하는 파업은 물론 승소하더라도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법원 재판의 대안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핵심은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으로 분쟁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조정이나 중재 등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ADR에 대한 관심이 아직 적은 편이지만 노동위원회가 주도해왔고, 법원도 최근 조정을 활용해 판결 전 화해를 촉진하고 있다. 국민의 분쟁 해결 역량 제고와 새로운 분쟁 해결 문화 확립은 시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