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은 “연준 최종금리 전망 4.50~5.75%…물가·환율 불확실 여전”

높은 물가에 금리 인상 기조 언급했지만
주요국 긴축에 성장 하방 압력 확대 강조
부동산 부진에 소비 위축되면 물가 하락
美 정책금리 예상 벗어나면 시장 흔들려

6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높은 물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경기 성장 하방 압력 확대, 단기자금시장 불안 등 각종 리스크 요인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이 4.50%에서 5.75%까지 벌어질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8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대다수는 적정 최종금리를 3.5%로 현 수준 3.25%보다 0.25%포인트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은 “물가의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기대인플레이션도 목표 수준을 향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가운데 주요국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에 따른 대내외 수요 위축으로 성장 하방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에는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물가가 5%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물가 전망 리스크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리 상승에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민간소비가 글로벌 경기 하락, 주택경기 부진 등으로 빠르게 위축될 경우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원·달러 환율은 변수가 아직 남아 있지만 당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다.


성장률 측면에서는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긴축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우리 경제의 수출과 투자에 모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가계부채 수준에 주택시장 부진 등이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자금·채권시장 불안으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더 나빠지고 은행 대출마저 쉽지 않게 되면서 기업 투자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크다. 다수 투자은행이 연준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5% 내외로 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연준의 긴축 의지 표명에 주목하면서 5% 중반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기 경착륙 가능성 등에 주목해 최종 정책금리를 4% 중반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연준의 통화정책과 경제지표 변화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매우 높은 만큼 향후 정책금리 인상 경로와 관련된 지표 흐름이 시장 예상에서 벗어날 경우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금리가 예상을 넘어서거나 긴축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주가·신용물·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 전반이 약세라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국제금융시장의 리스크 전개 상황에 영향을 받으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향후 연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지표의 흐름 등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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