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국어 쉽고 수학 어려웠다…'문과 침공' 심화하나

평가원, 2023학년도 수능 결과 발표
국어 표점 134점…작년보다 15점 하락
수학 2점 낮아졌으나 만점자 크게 줄어
국·수 최고점 차이 11점…문과침공 우려

고3 학생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선유고등학교에서 전날 치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역대급 ‘불수능’으로 불렸던 지난해보다 다소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무려 15점이나 낮아진 데 비해 수학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학의 영향력이 작년보다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학에서 고득점한 이과생들이 상위권대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7일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8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을 살펴보면 국어는 134점으로 지난해 수능 149점보다 무려 15점이나 낮았다. 작년 수능 국어의 경우 2005학년도 수능 이후 표준점수가 가장 높았던 2019학년도(150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정도로 어렵게 출제됐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지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진다. 국어가 전년보다 상당히 쉬웠음을 의미한다. 작년 28명에 불과했던 만점자도 371명으로 늘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으로 지난해 147점보다 2점 낮아졌다. 하지만 오히려 만점자는 작년 2702명에서 934명으로 크게 줄었다. 전반적으로는 작년보다는 다소 쉬웠으나 최고난도 문항인 이른바 ‘킬러문항’에 고전한 상위권 학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영역별 1등급 커트라인(컷)은 국어 126점, 수학 133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국어 131점, 수학 137점이었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지난해 2점에서 올해 11점 차이로 벌어지면서 수학의 영향력이 매우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되면서 주로 이과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인 미적분·기하의 표준점수가 다른 과목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에 고득점에 유리해진 이과생이 주요대 인문계열을 교차 지원하는 사례가 대거 발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에서 만점을 받고도 수학 상위권에게 뒤처지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는 셈으로 수학에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수능”이라며 “수학에 강한 고득점 이과생이 문과 교차지원 시 지난해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경우 원점수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7.83%(3만4830명)로 작년(6.25%)보다는 비율이 소폭 늘었다. 다만 작년 영어가 2018학년도 절대평가 도입 이래 2019학년도(5.3%)이후 두 번째로 1등급 비율이 낮을 정도로 어렵게 출제된 만큼, 이번 수능 역시 마냥 쉽게 출제됐다고 보긴 어렵다.


탐구영역은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사회탐구의 경우 대부분의 과목이 작년에 비해 어려웠다. 지난해엔 사회문화와 윤리와사상이 표준점수 최고점 68점으로 가장 높았는데, 올해는 정치와 법이 74점을 기록해 6점이 뛰었다. 이 밖에 △경제 △사회·문화 △생활과윤리 △윤리와사상 등 4과목도 표준점수 최고점 72점을 기록하며 작년 사회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을 웃돌았다. 이에 사회탐구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어려웠던 사탐이 일정한 변별력을 확보, 정시에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미적·기하+과탐’ 선택자의 인문계열 지원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과학탐구 역시 지난해 만큼 어렵게 출제됐다. 지난해의 경우 지구과학Ⅱ이 77점으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았는데, 올해는 화학Ⅰ이 75점으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 과목 중에선 지구과학Ⅱ(67점)을 제외하곤 70~73점 분포를 보였다.


올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은 44만7669명으로 재학생은 30만8284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3만9385명이었다. 재수생 비율은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래 최대 비율인 31.1%로 재수생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별 성적통지표는 오는 9일 배부되며 정시 모집 원서 접수는 이달 29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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