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잡코인·잡거래소' 소리 안들으려면


“위믹스를 ‘잡코인’이라고 지칭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지난달 초 암호화폐 관련 기사를 쓰면서 제목에 ‘잡코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사에는 위믹스가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믹스를 옹호하는 한 코인 발행 업계 관계자는 기사 제목을 두고 위와 같이 반응했다. 유의 종목 지정은 ‘일시적 이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8일 위믹스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위믹스는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거래소들의 위믹스 상장폐지 사유인 ‘유통량 허위 공시’가 타당하다고 봤다. 위믹스는 승리를 자신했지만 그 결과는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 최초 유의 종목 지정 전날까지만 해도 개당 2500원대였던 위믹스 가격은 이날 오후 1시께 200원대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더 뼈아픈 건 위믹스뿐 아니라 반대편에 섰던 거래소들 역시 신뢰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5월 ‘루나 사태’ 이후 국내 거래소들은 공동협의체를 설립했지만 협의체 논의 과정이 매번 비공개로 이뤄지면서 ‘기준이 불분명하다’ ‘특정 회사의 입김이 작용했다’ 등의 불신을 키웠다.


상장폐지 공지 이후에도 위믹스 가격이 하루에만 300~1000원대를 오가고 초 단위로 급등락세가 바뀌었던 모습은 투자자들이 거래소의 결정을 믿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장에 신뢰 자본이 사라지면서 투기 수요가 폭발하고 피해가 커진 셈이다.


제도적 기반이 없을수록 신뢰의 위력은 커진다. 그리고 이 믿음의 전제는 단연 ‘투명성’이다. 법적 시스템도, 눈에 보이는 정보도 제대로 없는 시장을 신뢰할 투자자는 없다. 그런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는 모두 ‘잡코인’으로, 거래소는 모두 ‘잡거래소’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올 한 해 루나부터 FTX, 위믹스 사태까지 끊임없이 진통을 겪은 시장을 사상누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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