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암호화폐 ‘위믹스’의 유통량 허위 공시는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전날 위믹스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을 상대로 낸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각 이유로 “가상자산은 주식의 내재가치에 대응하는 개념을 상정하기 쉽지 않아 객관적 가치를 평가하기 매우 어렵다”며 “가상자산 가격은 가치가 수요·공급 원칙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유통량’은 투자자 판단에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전제했다.
이어 “발행인은 아무런 추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도 계획된 유통량을 넘어 시장에 형성된 가격으로 가상자산을 유통함으로써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이로 인해 투자자는 시세 하락 등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거래소로서는 발행인이 제출하는 정보를 토대로 유통량을 점검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투자자 보호'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해당 가상자산 발행인에게 소명을 요청하는 한편 제때 적절하게 조치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은 4대 거래소가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한 이유와 맥락을 같이 한다. 앞서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는 거래소에 약 2억 4000만 개의 위믹스를 유통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출 담보로 3500만 개를 더 제공하는 등 위믹스를 추가로 유통한 바 있다.
추가 유통량을 두고 위메이드와 거래소 간 이견이 있었지만 재판부는 담보로 제공된 양을 포함해 총 3700여만 개의 위믹스가 추가로 유통됐다고 인정했다. 유통 당시 가격인 2500원을 적용하면 추가 유통량 규모는 934억 원에 달한다.
위메이드는 대출 담보까지 유통량으로 보는 데 대해 “발행사와 거래소 간 ‘유통량’ 개념이 달랐던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믹스 같은 형태의 가상자산은 발행인이 상당한 양을 발행해 놓고 지갑에 보관(락업)하다가 계획한 양만큼 잠금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유통하고 있다”며 “위믹스 유통량은 ‘발행량에서 발행사에 귀속된 잠겨있는 물량을 제외한 양’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도로 법원은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재판부는 “거래지원 유지 여부에 관한 거래소의 판단은 자의적이라거나 부정한 동기·목적에 의한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